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새 정부, 내우외환 한국 경제 살리려면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文정부 실정에 경제 병들었는데

원자재값 상승 등 대외환경 악화

성급한 시장 개입땐 되레 禍 불러

기업·자영업자에 확실한 지원을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선다. 지난 정부는 경제면에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추구하며 재정 건전성을 훼손시키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지킬 수 없는 약속만 거듭했다. 지금 우리는 지난 정부의 경제 정책 실수에 더해 매우 적대적인 대외 경제 환경을 헤쳐가야 하는 안팎으로부터의 도전을 맞고 있다.

최근의 무역수지 적자는 우리 경제가 당면한 대외 경제 환경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4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의 증가세를 유지하였음에도 무역수지는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4월 수출액은 18개월 동안 연속으로 증가했고, 특히 4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 1월에서 4월까지의 수출액은 2306억 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는 26억 6000만 달러 적자로 3월의 1억 2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늘었다.



기록적인 수출 호조세에도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전년 동기 대비 수입액이 18.6%나 증가한 데 기인한다. 수입액 증가는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이는 코로나19 사태 기간 중 악화된 공급망 교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환율까지 약하게 만들어 국내 기업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지고 국내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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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무역수지 적자는 우리 경제의 내부적 문제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수출액 증가 구조를 들여다보면 코로나19 사태 기간 중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석유제품·컴퓨터 등이 모두 두 자릿수의 수출 증가를 보여 무역수지 적자가 우리 상품의 경쟁력 문제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더구나 수입액 증가가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라는 사실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가 대응할 정책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수입을 축소하면 이들 재화를 사용해 생산하는 수출액도 같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

새 정부는 국민들에게 좋은 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무역수지 적자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대외 경제 환경은 우리 경제에 매우 적대적이고 대외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가 이에 대응할 좋은 정책 수단은 보이지 않는다. 성급하게 문제들을 덮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려 하면 중장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인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국내 물가 인상을 초래했고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 인플레이션의 위험은 궁극적으로 소비와 투자를 감소시키고 경제를 병들게 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연준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국면에서 단기적으로 국내 경기를 지지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은 이미 허약해진 국가 재정을 더욱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절대로 피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돼 길거리 경기가 회복되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길거리 경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된다. 물론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억제해야 하지만 일회적으로 자영업자에 제대로 된 지원을 해 이들을 확실히 살려놓는 것은 중장기적으로도 경제에 도움이 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들이 다시 살아난다면 그들은 매출을 통해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세금을 내는 기업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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