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교수회관 건물에 ‘천원 조식 판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박신원 기자“친구들이랑 다 같이 ‘천원 조식’ 먹으러 가요. 직접 해 먹는 것보다 저렴해요.” “교회에서 제공하는 무료 아침 식사를 이용하고 있어요. 사 먹는 것보다 메뉴도 잘 나와요.”
물가 상승 여파로 대학가 인근 식당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저렴한 한 끼’를 찾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천원 조식’, 종교 단체 무료 급식,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식당 정보 등을 공유하며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도 든든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로 몰리고 있다.
9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대를 포함한 전국 28개 대학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 학생들에게 단돈 1000원에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성균관대도 선배들이 기부한 돈으로 학생 식당에서 1000원에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어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성균관대에서 천원 조식을 애용한다는 취업 준비생 윤 모(25) 씨는 “가격이 싸고 아침을 챙겨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친구들과 일찍 일어나는 기상 스터디를 만들어 다 같이 밥을 먹으러 학교에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천원 조식은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운영되지만 학생들이 몰리면서 일부 메뉴는 오전 8시 30분부터 동이 나기도 한다. 성균관대 교내 커뮤니티에서는 “1000원 치고는 밥, 국, 반찬, 빵까지 메뉴가 잘 나온다”는 호평과 함께 추천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기존에 천원 조식을 운영했다가 학교 측 사정으로 문을 닫은 대학에서도 “다시 천원 조식을 운영해 달라”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건국대 교내 커뮤니티에서는 “자취생이라 아침을 챙겨 먹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없어져서 아쉽다”며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게 절실한 제도인 만큼 다시 부활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화여대가 있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과 국민대가 있는 서울 성북구 정릉 근처에서는 3000원에 김치찌개와 밥을 무한 리필할 수 있는 식당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입학 이후부터 식당을 자주 방문했다는 이 모(21) 씨는 “학생 식당보다 훨씬 저렴하게 식사할 수 있다”며 “가격이 싼 걸 차치하고라도 맛있어서 간다”고 말했다.
무한 리필 식당을 운영하는 청년문간 사회적 협동조합 측은 “정릉점은 전체 손님의 60% 정도가 국민대생, 이화여대점은 95% 이상이 이대생”이라면서 “3000원은 재료비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라 마이너스지만 후원을 통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 측은 수익 구조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더라도 사업을 그만두지 않고 더 많은 청년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촌 일대 대학가에선 2500원에 푸짐한 양을 제공하는 김밥 가게, 컵밥 가게 등이 이른바 ‘혜자 식당’으로 입소문을 타며 신촌 일대 대학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고려대 인근에서는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이 인기다. 고려대 대학원생 최 모(25) 씨는 “사 먹는 것보다 메뉴 퀄리티가 좋다”며 “사람들이 꽤 많이 찾아오고 교회에서 제공하는 식사지만 종교 얘기도 일절 없어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