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96세를 일기로 열반한 ‘살아 있는 부처’로 불린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책과 영화가 나란히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스님은 베트남전을 비롯한 각종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평화 운동가이자 ‘마음챙김’(mindfulness) 수련법을 창시한 영적 스승이자 종교 지도자였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를 만나는 길’은 그가 1982년 프랑스 보르도에 세웠던 명상 공동체 ‘플럼 빌리지’에서 머물렀던 마지막 모습을 관찰한 기록이다. 최근 발간된 책 ‘틱낫한 지구별 모든 생명에게’는 스님이 인류에게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담은 유고작이다.
‘나를 만나는 길’은 틱낫한 스님이 2014년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까지 머무르던 플럼 빌리지의 모습을 담는다. 이 작품을 공동 연출한 마크 J. 프랜시스, 맥스 퓨 감독은 3년간 그 곳에 머물며 ‘마음챙김’ 수련을 직접 받으면서 수행자들과 소통하는데 공을 들였다.
영화는 ‘삶과 그 경이로움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오직 이 순간에만 머문다’는 스님의 마음챙김을 따르는 수행자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출연진의 인터뷰 대신 플럼 빌리지를 둘러싼 자연의 풍광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수행자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영화의 범위를 넘어 한 편의 명상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 사람들은 15분마다 한 번씩 종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들은 호흡하고 걷고 앉으며 식사하는 모든 순간마다 명상을 하며 “많은 것을 가지면 행복할 것 같지만, 정작 갖게 되면 근심 걱정이 생길 뿐”이라 말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파워 오브 도그’ 등으로 유명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제작하고 내레이션까지 맡았다. 불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영화 속에서 틱낫한 스님이 1960년대 썼던 명상록인 ‘젊은 틱낫한의 일기’ 속 문장들을 수시로 낭독한다. 컴버배치는 “오랫동안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한다. 12일 개봉, 러닝타임 94분.
‘틱낫한 지구별 모든 생명에게’는 뇌출혈로 쓰러진 후 고향인 베트남으로 돌아왔던 스님이 지구별 여행을 마치고 떠나며 상처 입은 지구와 인류를 위해 전한 마지막 명상을 담은 책이다. 틱낫한 스님의 오랜 제자이자 평생 협력자였던 찬콩 스님, BBC 기자 출신으로 틱낫한 스님에게 계를 받았던 진헌 스님이 책을 함께 엮었다.
이 책에서 스님은 인류가 지구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빼앗으며 해악과 파괴를 일삼았고, 그 결과 기후변화, 불평등 같은 갈등과 위기가 생겨났다고 말한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선 지구가 인류에게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응답해야 한다고도 역설한다. 명상과 마음챙김 수련을 통해 마음 속 생명의 소리를 들을 때, 인간도 지구의 일부임을 깨달으며 불안과 두려움,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스님은 나아가 우리 앞의 현실을 직시하고 마음속의 이해와 연민, 유대의 씨앗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가꿔나가자고 말한다. 스님은 명상에 대해 “현실의 핵심을 깊이 살피고,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기 위한 것”이라며 “바라봄이 있으면 반드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7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