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판도라







덴마크 주얼리 업체인 판도라가 2000년 시그니처 디자인을 세상에 선보였다. 팔찌의 끈과 ‘참(charm)’으로 불리는 장식을 따로 판매하는 형태인 ‘모멘츠 컬렉션’이었다. 이 제품은 소비자 각자의 취향과 감성대로 장식을 바꿔 끼울 수 있도록 제작됐다. 팔찌 줄에 고객이 고른 참을 연결해 자신의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참도 다이아몬드·사파이어 등 보석과 이니셜·캐릭터·꽃 등으로 다양화했다. 이미 완성된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고객이 직접 개성을 만들어가는 판도라의 매력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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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역사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작은 보석 가게에서 시작됐다. 금속공예가였던 페르 엔볼드센은 1982년 그의 부인 위니와 함께 ‘굴드메디언’이란 가게를 열었다. 태국에서 수입한 주얼리를 판매하던 엔볼드센 부부는 장사가 잘되자 1989년 직접 보석 제작에 뛰어들었다. 아예 태국으로 이주해 방콕에 소규모 공장을 차린 것이다. 회사명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여성 ‘판도라’의 이름을 따서 바꿨다. 판도라는 10여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2000년 히트작 ‘모멘츠 컬렉션’을 출시하며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2003년에 미국, 2004년에는 호주와 독일에 잇달아 진출했다. 2000년 약 450만 유로에 불과했던 매출이 2007년에는 5억 유로로 불어났다.

판도라는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은 2만 7000명에 달한다. 카르티에·티파니에 이은 세계 3위 주얼리 브랜드로 지난해 매출은 31억 유로(약 4조 2000억 원)에 이른다. 판도라가 중국에 대한 투자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WSJ는 “중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약해졌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성장이 둔화되고 ‘제로 코로나19’ 정책으로 주요 도시가 봉쇄되는 등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 및 시장’ 역할을 하는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우리도 과도한 대중 무역·투자 의존도를 줄이는 데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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