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새 정부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는 자유시장경제가, 평화·안보 문제 대응에는 자유민주주의 시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부각했던 ‘공정’과 ‘상식’을 넘어 ‘자유’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으로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 시작부터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을 호명하며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가 경제성장의 열쇠라는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며 “빠른 성장을 통해 사회 이동성을 제고함으로써 (사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을 통한 기회의 확대로 불공정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인식은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로부터 서울대 법대 입학 기념으로 선물받은 ‘선택할 자유’가 자신의 세계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취임사에서 ‘세계’는 총 13회 언급됐다. ‘평화’와 ‘국제’ 역시 각각 12회, 9회 거론됐다. 세 단어 모두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10대 단어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며 “따라서 우리는 자유와 인권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 규범을 적극 지지하고 수호하는 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사회도 대한민국에 더욱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시민 모두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확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에 대한 언급은 5회에 그쳤다. 보수 정부가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춰온 것과는 다른 행보여서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협력’이나 ‘정치’는 각 2회씩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일반적으로 정권 교체기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협치와 정치 통합을 강조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