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종묘제례 군무에 현대적 감성 입히다

서울시무용단 '일무'

19~22일 세종문화회관서

열 맞춘 형식미 강한 전통무용

정구호, 역동적 춤으로 재해석

음악도 국악기로 전자음 연출

11일 취재진에 일부 공개한 ‘일무’ 1막의 모습.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11일 취재진에 일부 공개한 ‘일무’ 1막의 모습.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매년 5월이면 조선시대 왕·왕후의 신주를 모신 종묘에서 거행됐던 제례의식인 ‘종묘제례’를 재현하는 행사가 열린다. 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은 여기서 연주하는 기악과 노래, 여기에는 ‘일무(佾舞)’라는 무용까지 포함된 것들이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서울시무용단이 오는 19~22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리는 ‘일무’는 이 무용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한다.

서울시무용단이 11일 취재진에 공개한 ‘일무’의 일부 연습 장면을 보면, 제례 의식과 함께하는 특성상 정적이고 열을 맞춘 형식미가 강한 전통무용이 한층 더 역동적이고 강렬한 춤으로 재탄생했다. 전통무용 중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일무를 재해석하자는 아이디어는 정구호 디렉터에게서 시작됐다. 그는 연습 장면 공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타 전통무용과 달리 구성요소 등에 현대적 감각이 있어서, 현대화하는 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를 사는 우리는 전통에서 영향받아 새로운 전통을 만드는 게 의무이자 목표란 생각에 서울시무용단에 작업을 제안했고 흔쾌히 받아주셨다”고 덧붙였다.

11일 취재진에 일부 공개한 ‘일무’ 1막의 모습.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11일 취재진에 일부 공개한 ‘일무’ 1막의 모습.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전통을 공부하는 가운데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공연의 흐름에도 반영했다. 1막에서는 전통 무용의 안무와 대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전통무용을 그대로 재현한 춤사위와 이를 살짝 재해석한 안무가 각 장마다 교차하면서 하나로 이어진다. 일무 속 문무와 무무를 담당하는 무용수가 입는 옷의 색이 달라진 정도 외엔 종묘제례악에서 등장하는 일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춘앵전, 가인전목단 같은 궁중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막을 지나면 3막에서 기다리는 건 전혀 다른 ‘신일무’다. 열을 맞춰 하나의 군무로 움직인다는 기본적 틀은 그대로이지만, 무용수들이 만들어낸 열과 열이 바뀌는 속도가 전통무용이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빨라진다. 직선이 두드러지던 전통 일무의 움직임은 풍부한 곡선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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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뒷받침하는 음악도 악기만 국악기일 뿐 리듬이 강조된 전자음악과 비슷하게 들린다.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을 깎아 아쟁 같은 소리를 내도록 연출했고, 태평소나 피리 같은 고음부가 두드러지는 악기는 과감히 뺐으며, 곡의 시작과 끝을 알릴 때 쓰는 국악기 ‘어’의 소리를 샘플링해 베이스로 깔았다. 무대 연출은 조명으로 선을 만들어 움직이는 것 외엔 이렇다 할 게 없이, 정구호 디렉터의 역대 공연 중 가장 미니멀하게 구성한다.

11일 취재진에 일부 공개한 ‘일무’ 3막의 한 장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재해석을 시도한다..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11일 취재진에 일부 공개한 ‘일무’ 3막의 한 장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재해석을 시도한다..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하지만 하나의 열로 시작해 다양하게 변형되면서, 열과 열 사이에 만들어지는 선과 여백의 미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춤 세계를 보여주자는 취지는 살아 있다. 코로나19로 무너진 일상에서 빠르게 이전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다. 예술감독을 맡은 정혜진 서울시무용단장은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혼돈 속 질서를 정해 앞으로 나아가면 그 마음이 하나가 돼서 더 큰 행복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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