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세계 무대에 처음으로 알린 ‘월드스타’ 배우 고(故) 강수연이 약 50년에 걸친 영화인생을 마감하고 11일 영면에 들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유족과 영화인 100여명이 참석하 가운데 고인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참석자들은 모두 고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비통한 표정 속에 자리를 지켰다. 영결식의 사회를 맡은 배우 유지태도 “그냥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고인과 각별한 사이로 장례위원장을 맡았던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당신은 스물한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월드스타라는 왕관을 쓰고도 명예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버티면서, 더 스타답게 살아왔다”며 “남자 못지않은 강한 리더십과 포용력으로 후배들을 사랑하고 또 믿음으로 뒤따르게 하면서 살아왔다”고 돌아봤다. 임권택 감독은 목이 멘 채 “수연아, 친구처럼, 딸처럼, 동생처럼, 네가 있어서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갔느냐. 편히 쉬어라”라며 짧은 추도사를 남겼다.
‘송어’에서 강수연과 함께 출연했던 배우 설경구는 자신을 ‘강수연 선배님의 영원한 연기부 조수’라며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던 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셨다”고 돌아봤다. 같이 한 작품은 없지만 각별한 사이였던 문소리는 “한국영화를 향한 언니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 언니 가오도, 목소리도. 여기서는 같은 작품을 못 했지만, 다음에 우리 만나면 같이 영화 해요”라며 울었다.
유작이 된 영화 '정이'의 연상호 감독은 “선배는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자기 일처럼 나섰다. 선배 자체가 한국영화였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영결식이 끝나고 저는 작업실로 돌아가 선배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선보일 새 영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제니퍼 자오 대만영상위원회 부위원장은 영상을 통해 "전세계 영화인들의 모범"이라고, 양귀매 배우는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눈부신 여신"이라고 했다. 차이밍량 감독은 영상에서 먼 곳을 응시하며 침묵으로 애도를 표시했다. 영결식이 끝난 후 연 감독과 정우성·설경구·류경수 배우가 고인을 운구했다. 영결식장에는 ‘별보다 아름다운 별, 안녕히’라는 문구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