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이슈&워치] 한일 'DJ·오부치 선언 2.0시대' 열자

■ 尹, 연이틀 日 사절단 접견…관계 정상화 모색

DJ '천황' 호칭 쓰며 공들여

오부치도 경협·사죄 등 합의

징용 배상금 등 꼬인줄 풀고

내달 '나토회의'서 성과 내야

윤석열 대통령과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관계 회복 전략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이다. 악화일로인 한일 관계에 양국 정상이 직접 나서 공동 해결의 의지를 보이자는 취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와 만나 한일 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을 마련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한일 양국은 경제 협력 촉진과 대북 정책 공조 등 11개 항의 공동선언을 내놓았다. 합의문에는 일본이 과거 한국 국민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는 반성과 사과도 담겼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물론 우리 국민의 정서에 역행하는 ‘천황 폐하’라는 표현을 써가며 일본 국민의 호응을 얻기 위해 진심을 다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이 먼저 나선다면 역사적인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충분히 가능하다.

관련기사



이를 위해 우리의 선제적 해법도 필요하다. 일본은 줄기차게 강제징용 배상금 문제의 해법을 한국 정부에서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고 차후 일본 정부와 구상권을 협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의 강제 매각이 성사될 경우 일본과의 관계 복원 기회를 모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 역시 오부치 전 총리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일본은 과거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국제적인 약속을 어기면서 한국인에게 상처를 줬다.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공언했던 강제 노역에 대한 설명과 전시 이행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외교청서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명시하는가 하면 역사 교과서에 위안부 등에 대한 기술을 축소·왜곡하고 있다.

한일 관계의 엉킨 실타래는 하루아침에 풀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한일 양국 모두 현재보다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틀 연속 일본 사절단을 접견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취임 첫날 일본 외무상과 만나 “양국 관계 발전에 큰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11일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과도 면담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일 관계를 조속히 복원하는 것이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회동은 다음 달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도 가능하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을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동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