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온통 파란색인데…증권사 '매수' 리포트 믿어도 될까요

국내 증권사 매도 의견 비율 0.1%

중립 의견도 6.2% 수준 불과

실적 전망 괴리율 -70%대 달하기도

금감원 "독립 리서치 기관 활성화 계획"





최근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도 증권사들은 ‘매수’ 리포트만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 의견 비율은 0.1% 수준에 불과했다. 또 발간 리포트 중 매수 의견이 95%를 넘어서는 증권사가 10곳을 넘어섰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1년간 국내 33개 증권사의 평균 매도 의견 비율은 0.1%에 그쳤다. 한 번이라도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0.6%), 미래에셋증권(0.8%), 상상인증권(0.5%)으로 단 3곳에 불과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도 이들 증권사의 매도 의견 비율은 0.1% 수준이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목표 주가와 실제 주가의 괴리율 공시 제도, 애널리스트의 보수 산정 기준 명확화 등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미미했던 셈이다.



이들 증권사는 매도 의견뿐만 아니라 중립 의견에도 인색했다. 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10곳은 매수 의견만 95% 넘게 제시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의 매수 의견 비율도 모두 75~90%에 달했다. 반면 중립 의견은 평균적으로 6.2% 수준에 그쳤다.

관련기사



그나마 매도 리포트 비중이 높은 곳은 외국계 증권사 국내 지점들이었다.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낸 보고서 중 21.8%가 ‘매도’ 리포트였다.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15.6%), 골드만삭스(15.4%), JP모간(11.8%)의 매도 의견 비율 역시 국내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국내 증권사들이 쉽사리 부정적 투자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것은 상장사와 증권사의 뿌리 깊은 ‘갑을’ 관계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증권사 수입의 상당 부분이 법인 영업에서 나오는 데다 상장사와 가깝게 지낼수록 많은 자료를 제공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면 기업 탐방을 취소하거나 자료 제공에 협조하지 않는 등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 탓에 증권사들은 지나친 ‘장밋빛’ 실적 전망을 내놓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예컨대 실적 발표 이전 증권사들이 추정한 LG디스플레이(034220)의 이번 1분기 평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783억 원, 1049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 실적은 영업이익 383억 원, 순이익 543억 원이었다. 괴리율이 영업이익의 경우 -78.5%, 순이익은 -48.2%에 달한 셈이다. 이 외에도 호텔신라(008770)·한샘(009240)·유한양행(000100) 등은 올 1분기 영업이익과 증권사들 간의 추정치 괴리율이 -30~-50%대를 기록했다.

금감원 측은 증권사의 기업 보고서와 관련한 직접적인 규제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나름대로 내놓은 분석과 의견이 ‘매수’로 쏠렸다는 이유로 어떤 제재를 가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대신 올해 1월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공동 출연해 만든 기업리서치센터 사례 등을 참조해 향후 설립될 대체거래소(ATS)에 리서치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리서치 기능을 갖춘 유사 투자자문사 강화, 해외 독립리서치제공사(IRP) 벤치마킹 등도 고려하고 있다.


성채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