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3% 상승하며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자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대한 우려에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쳤다.
11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 금리 상승 전망에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장중 연 3%를 돌파하고 국채금리 상승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 넘게 급락했다. 미 증시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6% 넘게 떨어졌다.
시장이 이처럼 흔들린 것은 고물가가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에너지와 식품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뺀 근원 CPI의 경우 4월에 전월 대비 0.6% 올라 1월부터 이어져온 둔화세가 반전됐다. 로버트 파블리크 다코타웰스 선임포트폴리오매니저는 “근원 CPI가 특히 문제였는데 전월 대비로는 3월 수치(0.3%)의 두 배였다”며 “이것이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을 수도 있음을 의미하며 시장에 큰 우려를 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확인되자 월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더 많이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과 7월에 0.5%포인트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4~5%나 그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얼마나 금리를 올려야 하는지, 또 고통이 얼마나 클지를 감추는 사탕발림(sugarcoating)을 그만둬야 한다”고 연준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주춤하던 국제 유가도 인플레이션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의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우크라이나의 가스관 가동 중단 사태로 전날보다 5.95달러(6%) 급등한 배럴당 105.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이 최고조에 달했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떨어지느냐”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