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창용 ‘부가가치세 인상’ 운 띄우자…KDI도 “12%로 올려야”

12일 공동 심포지엄에서 발표

KDI "인구 변화 감안해 증세 추진해야"

부가가치세율 인상 재차 공론화에 나서

한은 총재도 이례적 부가세 인상 목소리

韓 1977년 도입 이후 기본세율 10% 유지

OECD는 2009년 17.7%→작년 19.3%

서울 시내 전통시장 모습. 연합뉴스서울 시내 전통시장 모습.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977년 이후 한 번도 건들지 않았던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10%에서 12%로 2%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재차 들고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가가치세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자 본격적인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자극이 될 수 있는 데다 정권 차원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현실화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1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대전환기, 한국경제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공동 심포지엄은 서울사회경제연구소, KDI, 산업연구원(KIET), 한국경제발전학회 등이 함께 열었다.



이날 이 팀장은 국가채무비율의 지속적인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적인 과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8%포인트 정도 낮은 만큼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로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거래 단계에서 생성되는 부가가치에 매기는 부가가치세는 1977년 도입된 이후 기본세율 10%를 5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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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기존 면세 항목에는 경감세율을 매기고 기본세율 자체도 10%에서 12%로 올려야 한다는 구체적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 팀장은 “연령별 소비패턴을 고려할 때 인구구조 변화는 부가가치세 세입 기반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현재 부가가치세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세율의 인상과 일부 경감세율 면세대상의 과세 전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KDI가 부가가치세 인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에도 한 차례 부가가치세율을 12%로 2%포인트 올리고 면세 대상인 교육, 금융, 의료 서비스 부문에 5% 경감세율을 적용하자는 주장을 내놓았으나 이내 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이 총재가 한은 총재로서는 이례적으로 부가가치세 인상을 언급하자 재차 공론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국가부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증세 등 세수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며 부가가치세 인상을 예시로 들었다. 증세로 마련한 재원을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한다면 소득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해 부가가치세율 인상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재정이 비교적 건전해 부가가치세율 인상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해진 만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OECD 주요국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19.3%다. OECD 국가 중 25개국이 2010년 이후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면서 2009년(17.7%) 대비 1.6%포인트 올랐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가가치세 비율 4.3%로 뉴질랜드(9.8%) 등 다른 주요국 대비 낮다는 카드뉴스를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부가세는 상품 등 최종 가격에 10%가 부과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를수록 별도 세율 인상 없이도 연동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큰 만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위축과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부가가치세율 인상에 따른 물가불안, 조세부담의 역진성 심화를 경감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여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인상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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