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칼럼

[기자의 눈] ‘中판호 발급’이 다가 아니다

정다은 IT부 기자


지난해 6월 한국 게임 업계에 오랜만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펄어비스(263750)의 대표작 ‘검은사막 모바일(검사모)’이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를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전통적으로 한국 게임의 앞마당이었던 중국 시장이 재개방 조짐을 보이자 업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기대감이 무색하게 검사모는 지난달 말 출시 후 고전 중이다. 출시하자마자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며 순항하는 듯했으나 매출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매출 기준 첫날 29위를 찍은 후 하락을 거듭하더니 이달 3일에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검사모는 2017년 한한령 발동 이후 중국에 선보인 첫 한국 게임이다. 국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는 드물게 서구권에서 흥행한 수작이기도 하다. 이 같은 기념비적 작품도 도통 힘을 쓰지 못하자 국내 게임 업계도 충격에 빠졌다. 일단 판호 문제만 해결되면 과거 중국에서 누렸던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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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중국 게이머들은 이제 굳이 한국 게임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중국 게임이 수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만큼은 이미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중 정서가 강한 국내에서도 중국 게임은 장르와 과금체계(BM)가 다양해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는다. 중국 미호요가 만든 ‘원신’은 높은 완성도로 지난해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국내 게임은 수년간 MMORPG와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기존 성공 공식에만 안주해온 게 사실이다.

물론 중국 게임이 이토록 클 수 있었던 건 중국 당국이 외자 판호를 옥죄며 ‘불공정 무역’을 이어왔던 덕이 크다. 다만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외풍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다행히 최근 다수의 게임사들이 콘솔게임과 같은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며 변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K드라마처럼 K게임도 한한령 위기를 글로벌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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