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韓·美 밀착에 경고 보내는 中.. '제2의 사드사태' 발발하나[양철민의 경알못]

정부, IPEF 참여 확정.. 중국 "한국 경제발전에 손해될 것"

한·중 무역분쟁시, 한국 피해규모 중국 대비 6배↑

반도체가 수출 주력.. 이마저도 中 내재화로 줄어들 전망

디스플레이·석유화학… 수년내 수출품목에서 사라질 예정

“살을 내주고 뼈를 쳐라”.. 중국의 '무역타격' 가능성에 긴장


**'양철민의 경알못’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0년 넘게 경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경제를 잘 알지 못해’ 매일매일 공부 중인 기자가 쓰는 경제 관련 콘텐츠 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제2의 ‘사드보복’이 발발할 것인가. 우리 정부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놓고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IPEF는 공급망 안정 등 신규 통상질서 수립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 견제용 포위망으로, IPEF 가입 시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탓이다.

실제 중국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지난 10일자 사설에서 “미국은 한국을 중국 봉쇄 진영에 합류시키려 하고 있으며 이것이 한국의 대중국 관계에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한국이 중국 봉쇄 진영에 합류한다면) 필연적으로 한국의 이익을 해치고 한국의 경제 발전 기세에 손해가 될 것”이라고 노골적인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위협은 한·중 경제 분쟁 시 ‘전력비대칭’을 기반으로 자신들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기인한다. 무엇보다 양국간 분쟁 시 발생할 경제적 피해는 한국이 중국의 6배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은 이미 여러나라들과 무역분쟁을 벌이며 ‘전쟁 노하우’를 충분히 쌓았다. 중국은 앞서 일본이나 호주와 무역분쟁 시 주요 원자재 수출입을 갑작스레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들 국가에 큰 타격을 줬다. 중국 또한 피해를 봤지만 이들 국가에 비해서는 피해규모가 상대적으로 적다. 말 그대로 ‘살을 주고 뼈를 치는’ 방식으로 보복한다.

우리 측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IPEF 참여 방안을 확정지었지만 중국의 반발이 염려스럽다. IPEF가 미국이 주도하는데다 통상적인 무역규범을 담고 있긴 하지만, 중국의 과거 행적 때문이다. 사드만 하더라도 우리 정부와 주한미군이 ‘중국이 아닌 북한 견제용’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중국은 다방면의 경제제재를 가하며 우리 측을 응징했다. 지난해 11월 발발한 ‘요소수 사태' 또한, 중국이 당시 IPEF 참여를 저울질 중이었던 한국측에 보내는 ‘사전 경고장’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IPEF 가입에 따른 중국의 또다른 경제보복에 대한 우려가 괜한 ‘기우(杞憂)’가 아닌 셈이다.

한·중 무역분쟁시.. 한국 피해규모 6배↑



13일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20~25%에 달한다. 반면 중국 무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기간 6~7%에 불과하다. 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중에서 무역의존도는 최근 10년간 70% 이상인 반면 중국은 38% 미만이다.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의 무역의존도와 무역 중 상대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동시에 고려할 경우 한국의 GDP 대비 대(對) 중국 무역의존도는 최근 10년 평균 15.7%인 반면, 중국의 대(對) 한국 무역의존도는 2.5%에 불과하다”며 “한국과 중국 간에 무역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한국 경제가 받는 영향은 중국의 6배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무엇보다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는 2020년 금액기준 약 400억 달러로 대(對) 중국 수출액의 30%를, 무역흑자의 89%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중국제조 2025’ 등의 자국산업 육성전략을 기반으로 대 한국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실제 중국은 D램 대비 진입장벽이 낮은 낸드플래시를 일정부분 자국산으로 조달 중에 있는 등 반도체 부분에서 한국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의 중국 내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2018년 대비 5.5%포인트 하락한 19.2%를 기록했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디스플레이·석유화학… 수년내 수출품목에서 사라질 전망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중국의 한국 의존도가 빠르게 줄고 있다. 평판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한국의 대 중국 수출액은 2015년 221억 달러에서, 2020년 69억 달러로 대폭 줄었다. 중국 BOE는 지난 2003년 액정표시장치(LCD) 업체인 ‘하이디스’를 인수한 후 기술 및 인력 빼가기 등으로 기술력을 빠르게 업그레이드 했다. 이후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을 바탕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같은 한국의 미래 디스플레이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등에 따르면 중국은 매출액 기준 지난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41.5%로 한국(33.2%)보다 높다. 중국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한국의 대 중국 주력수출품목에서 디스플레이가 빠질 날이 멀지 않은 셈이다.

석유화학 산업의 대 중국 수출액도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2021년 기준 파라자일렌(PX)의 대 중국 수출액은 44억달러, 에틸렌은 10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보고서는 “중국의 석유화학산업은 원유 수입, 정유, 석유화학, 화학제품으로 연결되는 가치사슬망을 구축 중으로 정유는 공급 과잉인 반면 석유화학제품은 공급 부족으로 일정량을 수입한다”며 “반면 중국 석유화학산업의 기술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수준을 능가하고 있는데다 ‘제14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25년에는 에틸렌과 PX의 자급률이 각각 80%와 100%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미국(18%)이나 일본(25%)에 비해 높으나 독일(67%)이나 한국(60%)에 비해서는 크게 낮다"며 “중국은 이미 외수 의존 경제에서 내수 중심 경제로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중 무역분쟁 시 한국의 피해가 몇배 이상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살을 내주고 뼈를 쳐라”.. 중국의 정교한 무역보복


무엇보다 ‘살을 내주고 뼈를 치는’ 방식으로 중국이 한국경제에 피해를 입힌 사례는 여럿이다. 중국은 지난 2000년 우리정부가 중국산 마늘 수입을 금지하자 한국산 휴대폰 수입을 금지하며 우리 경제에 타격을 입힌 바 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사드사태’에 대한 응징으로 롯데그룹을 정밀 타격하며, 롯데 측은 중국 사업 대부분에서 철수했다. 이와 함께 비공식적으로 단행된 ‘한한령(限韓令)’으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관광·뷰티 업계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또한 일정부분 피해를 입었지만, 여론통제 및 인위적 자원분배가 가능한 1당 독재국가인데다 경제규모가 워낙 큰 만큼 한국에 비해 피해규모가 미미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해 ‘중화인민공화국 반외국제재법’ 법률안을 통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국 조직이나 기업·개인에 대해 반격 및 블랙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구체적인 반격 조치로 비자 발급 불허, 입국 불허, 중국 내 자산 압류·동결, 중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등을 나열했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의 D램,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LG디스플레이의 유가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등이 중국에 자리하고 있다. 가능성이 매우 낮기는 하지만 향후 국제 정세 및 중국 당국 결정에 따라 이들 공장이 모두 중국 소유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한 통상업계 관계자는 “미국 또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국무부가 아닌 상무부가 IPEF를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물가를 잡기 위해 중국에 부과하기로 한 고율관세 적용 시점을 유예하는 등 중국의 존재감이 미국 내에서도 되레 커진 상황”이라며 “아세안 소속 국가들이 ‘시장개방’ 등의 인센티브는 없는 반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IPEF 참여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각국의 움직임을 충분히 살핀 후 IPEF 가입 등의 통상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