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IT슈]삼성폰 전략 통했다…日서 10년 만에 최대 점유율

1분기 100만대 판매…13.5%로 샤프 제치고 2위 올라

'갤럭시' 인지도 높여…현지 통신사와 전략적 프로모션

연이은 신제품 출시로 日 판매 호조 이어간다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불모지’로 여겨졌던 일본 시장에서 10년 만에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1분기에만 일본 시장에서 100만 대를 판매한 삼성전자는 샤프를 제치고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올해 일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온 삼성전자의 전략이 일본 소비자의 마음을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2분기부터 출시한 신제품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고 8월 공개될 신형 갤럭시 폴더블폰 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 이 같은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3.5%로 9.2%의 샤프를 밀어내고 2위를 차지했다. 애플은 56.8%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자는 2013년 1분기 14.1%의 점유율을 나타낸 후 10년 만에 최대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2013년 당시에는 이 같은 높은 점유율에도 16.2%의 소니에 밀려 3위를 차지했다.

이번 점유율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2위였던 샤프와의 격차를 4%포인트 이상 벌렸다는 점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근소한 차이로 샤프를 앞서며 2위에 올라서기도 했지만 4%포인트 이상의 큰 격차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점유율에서는 샤프가 10%, 삼성전자가 9.7%였다.

판매 대수로도 올 1분기 삼성전자는 일본 시장에서 70만 대를 판매한 샤프를 훌쩍 뛰어넘는 100만 대를 팔아 치웠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일본 시장에서 1분기 기준 100만 대를 넘은 것도 2013년(140만 대) 이후 10년 만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대비 애플을 포함한 모든 제조사의 판매량이 줄어드는 등 역성장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60만 대에서 100만 대로 판매 대수가 늘었다.



◇日 최대 이통사 손잡고 MZ 공략…신제품 없이 '애플 천하' 흔들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최대 ‘험지’ 중 하나인 일본 시장에서 ‘갤럭시’ 브랜드가 선전하면서 삼성전자의 마케팅 강화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판매 부진에 삼성전자 로고를 빼고 출시하는 등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도 꿈쩍 않던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브랜드 인지도 상승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 유수 이동통신사들과의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판매 채널을 확대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1분기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뚜렷한 신제품 출시 없이도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이는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인한 반짝 성과가 아닌 ‘갤럭시’ 자체의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력이 일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 올해 2월 글로벌 출시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 시리즈의 일본 공식 출시는 2분기인 4월 21일이다. ‘갤럭시Z플립’ 시리즈와 보급형 기종인 갤럭시A22e·A32·A52 등은 지난해 출시했다. 올해 글로벌 출시한 갤럭시A53은 2분기에 일본 시장에 출시했다. 1분기 신제품 출시 없이도 갤럭시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서 통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현지 통신사들과 전략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갤럭시 하라주쿠 쇼케이스를 활용한 갤럭시 제품만의 모바일 경험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등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갤럭시 제품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점 등이 점유율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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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본은 애플과 현지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시장이다. 최근 중국 업체들도 가세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1% 미만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중국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일본 시장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3월 지상 7층, 지하 1층으로 최대 규모인 갤럭시 쇼케이스 ‘갤럭시 하라주쿠’를 개관하며 다양한 모바일 경험을 소개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가격대의 플래그십과 보급형 라인으로 구성된 제품 포트폴리오도 일본 시장에 적중했다는 평가다. 특히 기존 경쟁사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 경험이 일본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갤럭시Z폴드3와 Z플립3, S 시리즈 등 플래그십 모델과 함께 갤럭시A32와 A52·A53 등 보급형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갤럭시 S22 시리즈(NTT 도코모향 제품). 사진 제공=삼성전자갤럭시 S22 시리즈(NTT 도코모향 제품). 사진 제공=삼성전자


플래그십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이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기존 바(bar) 형태의 한계를 뛰어넘은 갤럭시Z플립3와 같은 폴더블폰이 일본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분석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폰꾸(폰 꾸미기)’ 트렌드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갤럭시Z플립3가 일본 젊은 세대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갤럭시Z플립 시리즈는 지난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선정한 ‘최우수 제품 서비스상’을 수상하는 등 제품력도 인정받고 있다.

갤럭시S22울트라 모델 역시 S펜을 채택하며 애플은 물론 일본 및 중국 업체들이 주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이동통신사인 KDDI가 3월 3세대(3G)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일본 이통사들이 순차적으로 3G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하면서 보급형인 갤럭시A 시리즈가 일본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점도 점유율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3G 서비스 종료로 기존 구형폰에서 신형 스마트폰으로 대거 교체가 이뤄지는 가운데 고가의 애플폰과 성능이 떨어지는 중국 업체 제품보다는 합리적 가격대에 품질도 우수한 갤럭시A를 찾는 일본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한 일본 이통사와의 협업도 갤럭시 판매에 실질적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일본 이통 시장 1~2위인 NTT도코모·KDDI와 전략적 프로모션을 펼치며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일본 시장에 출시한 ‘갤럭시S22’도 이들 두 사업자를 통해 출시했다. 삼성전자와 일본 이통사들의 신뢰 관계는 5세대(5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며 더욱 강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일본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 NTT도코모와 5G 이동통신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본 이통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2위 통신 사업자인 KDDI에도 5G 장비 공급을 하고 있다.

◇갤S22 시리즈 흥행에 Z플립4도 가세…日 판매 호조 이어간다

갤럭시 하라주쿠 방문객들이 '갤럭시 Z 플립3'를 통해 전시물을 체험하는 장면. 사진 제공=삼성전자갤럭시 하라주쿠 방문객들이 '갤럭시 Z 플립3'를 통해 전시물을 체험하는 장면. 사진 제공=삼성전자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선전이 단발성 성과를 넘어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분기 일본 시장에 출시한 갤럭시S22 시리즈 판매가 이미 호조를 보이고 있고 3분기 신형 폴더블폰 출시가 예정돼 있어 올해 일본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와 함께 올해부터 시작된 3세대(3G) 서비스 종료로 보급형인 갤럭시A 시리즈의 수요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쟁 업체들이 부품 공급난을 겪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공급 부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올해 글로벌 판매량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에 대한 달라진 일본 소비자들의 태도는 4월 갤럭시S22 시리즈가 일본 공식 출시를 앞두고 실시한 사전 판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시리즈 출시에 앞서 KDDI·NTT도코모 등 이통사를 통해 4월 7일부터 20일까지 2주간 사전 판매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작 대비 50% 증가한 실적을 기록하는 등 흥행 조짐을 보였다. 특히 이번 사전 판매에서 S펜이 장착된 ‘갤럭시S22울트라’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아이폰과 중국 스마트폰이 갖추지 못했던 폴더블 형태나 S펜 등의 차별화된 기능이 일본 시장에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갤럭시S22와 같이 2분기부터 시작된 신제품 출시는 일본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갤럭시 플립의 신형 모델인 ‘갤럭시Z플립4’가 3분기 출시되면서 갤럭시 판매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일본 이통사인 KDDI가 3월 3G 서비스를 종료한 데 이어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도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3G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A 시리즈’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5월 2일부터 8일까지 NTT도코모 온라인몰의 스마트폰 판매 순위를 보면 ‘갤럭시A52 5G’가 처음으로 10위권에 들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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