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생명의 올해 1분기 지급여력(RBC)비율이 금융 당국의 권고치인 150% 밑으로 떨어졌다. 금리 인상으로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올해 안에 더 많은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15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생명은 올해 1분기 RBC비율이 131.5%를 기록해 지난해 말 기준 210.5%에서 79%포인트 하락했다고 16일 밝혔다. 시장금리가 급등하며 매도 가능 채권의 회계상 평가손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2562억 원의 이익을 올리던 채권평가손은 3월 말 기준 1조 9358억 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농협생명 측은 “RBC비율 관리를 위해 올해 총 1조 4300억 원(금융지주의 유상증자 6000억 원, 후순위채권 발행 8300억 원)의 자본 조달을 실시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자본량(가용자본)을 손실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RBC비율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 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자본금이 줄고 RBC비율도 떨어진다. 통상 장기 국고채 금리가 10bp(1bp=0.01%포인트) 오르면 RBC비율이 1~5%포인트 하락한다.
농협생명은 “또 다른 보험금 지급여력을 나타내는 기준인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금액을 6조 원 이상 잉여액으로 보유해 보험금 지급의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2023년에 현행 RBC제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건전성제도(K-ICS)가 시행되면 재무 건전성은 다시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NH농협생명뿐 아니라 올해 1분기 대다수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하락하고 있다.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생명, 삼성화재도 지난해 말 300%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각각 246%, 271.3%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DGB생명·한화손해보험·NH농협생명·흥국화재·DB생명·흥국생명·KDB생명 등의 올해 RBC비율이 15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올해 1분기 금리 상승에 따른 생명보험사의 RBC비율이 평균 40%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