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행 100일 맞은 중대재해법으로 혼란만 가중…연내 개정·폐지해야”

제21회 산업발전포럼 개최

경영책임자 등 과도한 처벌 규정 우려

기업 절반 “산업안전 활동 변화 없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이호재기자.2022.05.06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이호재기자.2022.05.06




“안전사고 발생의 원인은 규명하지 못한 채 인과관계가 없는 경영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암 환자에게 심근경색 처방을 내려 암을 악화시키는 꼴입니다.”(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한국산업연합포럼은 17일 ‘시행 100일 중대재해처벌법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제21회 산업발전포럼을 온라인 개최했다.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에 우려를 표하며 처벌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대재해법이 현장의 안전 확보에 별다른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고용 및 사업 축소 등 부작용만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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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산업연합포럼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절반 이상은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산업안전 활동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기업(295개 업체) 중 ‘회사의 산업안전 활동에 변화가 없다’고 답한 기업은 49.2%에 달했다. 주요 산업안전 활동 내용으로는 ‘안전교육 강화(77.9%)’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법 시행으로 신규 채용 축소나 노동의 기계화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도 104곳(35.3%)에 달했다. 전체 응답기업 10곳 중 2곳 이상은 사업 축소나 철수 까지 고민하고 있었다. 중대재해법 개정·폐지에 대해선 71.5%(211개 업체)가 올해 내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기업들은 법령에서 처벌과 사건 발생 간 인과관계를 명확히 해야 하고(44.1%), 고의·과실 여부에 따른 면책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30.8%)고 주장했다.

정만기 회장은 “현장의 안전 확보는 인과관계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경영 책임자를 문책하는 무대뽀 방식이 아니라 사고발생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 정교한 대책을 요구하는 과학적 방식에 의해 달성해야 한다”며 “정부나 국회가 이 법의 개정이나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장 교수는 “중대재해법의 입법 동기는 공감할 바 있으나 지나치게 거칠고 조급하게 입법된 것으로 보인다”며 “진정으로 예방이 목적이라면 지금처럼 처벌 규정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정부가 기업의 안전설비 확보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광하 KIAF 부설 미래산업연구소장은 사고 사망자와 사망자 만인율(1만 명당 발생하는 업무상 사고 사망자) 모두 2017년부터 감소 추세라는 통계를 언급하며 “중대재해법이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산업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과도한 처벌 완화 및 처벌 대상 명확화, 법 적용 대상에서 해외사업장 제외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발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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