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말 금융투자협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가 6000만 개를 넘었다고 한다. 반년 만에 1000만 개나 추가됐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3000만 개를 넘지 못했는데 팬데믹 위기 속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주식 투자 열풍이 2년간이나 지속되면서 무엇보다 젊은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급증했다. 개인투자자들 중 20대와 30대의 주식 소유 증가율이 가장 높았는데 2021년 기준으로는 20대가 91%, 30대가 58%를 기록했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의 폭발적인 증가와 동시에 신용 융자잔액도 2년간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침체로 일평균 거래 대금이 전년 대비 70% 선에 그친 탓에 그나마 감소했지만 신용 융자잔액은 여전히 22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3월 말(6조 6000억 원)에 비하면 약 3배 수준이다. 주식시장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들의 폭발적인 증가가 빌린 돈과 함께 이뤄졌다는 방증이다. 주식시장이 상승할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상환 기간이 정해져 있고 투기적인 측면이 있어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는 손실의 위험이 배가 된다. 특히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융자의 금리를 인상하면서 10%대 진입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대다수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 사람도 있다. 낮은 금리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었던 지난 2년간 워런 버핏은 현금을 쌓기만 했다. 지금은 의외라고 생각하겠지만 지난 팬데믹 발생 전후 버핏에 대한 대중의 시각은 불신 그 자체였다. 2019~2020년 미국 시장지수를 크게 하회하는 운용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버핏은 투자자들로부터 ‘만성적인 저성과’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받았다. 버핏의 전략이나 철학의 근본적 변화가 거론될 정도였는데 아마도 닷컴버블·금융위기 등의 시기에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던 버핏에 대한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2020년 6월께 어느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버핏의 답변은 간결했다. “현금을 쓰는 것을 함부로 서두르지 않아야 합니다. 달려들 때, 당신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4월 말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핏은 전체 현금의 약 3분의 1 수준인 5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1분기에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연초 이후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빌린 돈과 주식 포지션을 급격하게 조정한 것과는 정반대의 의사 결정을 한 것이다. 그것도 전쟁, 팬데믹의 재확산, 인플레이션으로 변동성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투자했다고 한다. 버핏이 투자에 참여한 것이 주식시장의 반전 신호가 될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시장의 호황 속에 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사람과 수년간 준비한 현금을 가장 불안해 보이는 상황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투자하는 사람의 차이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어떤 사람이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지는 명백해 보인다. 얼마 전에 읽은 책 중에서도 이 같은 생각과 연관된 글이 기억난다. 오래된 맛집의 비밀이 있는데, 압도적인 단 하나의 변수가 있다고 한다. 임대료를 내지 않는 자가 점포에서 영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팬데믹의 끝자락인데 주식시장을 둘러싼 분위기는 오히려 암울하다. 그래도 빌린 돈만 아니라면 넘을 수 있는 위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