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갈라파고스 규제의 함정

박희재 서울대 교수

박희재 서울대 교수박희재 서울대 교수





지금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일자리 문제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일자리 문제는 가장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주요 국정목표로 삼으면서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관여했지만, 그 결과는 언론보도처럼 미미한 것으로 판명됐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라고 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지난 정부가 잠시 접어 두었던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이 혁신으로 준비된 기업이며, 기업가라고 설파했다. 그리고 혁신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품의 출시, 새로운 시장 개척, 새로운 수입선의 확보, 새로운 생산방법의 채용, 기존 기술들의 새로운 조합 등 기업과 연관된 전반적인 기업활동이 모두 혁신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설파하면서, 혁신을 활용해 혁명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혁신기업가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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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었던 영국의 산업혁명은 이러한 기업가와 기업가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우리에게 깨우쳐준다. 산업혁명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증기기술은 이미 그리스의 문헌에도 나올 정도로 오래전에 알려진 기술이었다. 그런데, 이 기술의 상업화성공이 바로 산업혁명의 효시였던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제임스와트가 아닌, 뉴코멘이라는 기업가에 의해서 증기기관의 상업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당시, 증기기관 엔지니어였던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의 소형화 및 효율화등의 기술개발을 통해 또다른 상업화를 시도했으나 자금부족과 마케팅전략의 실패로 사업을 접을정도의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이때 산업혁명 기업가정신의 대부라고 불리는 매튜 볼턴을 만나게 돼 두사람은 합작회사를 세우고, 자금충원과 새로운 마케팅전략을 구사해 기존의 뉴코멘의 증기기관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 증기기관을 탑재한 방직기, 기관차등의 상업화 성공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면서 산업혁명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것이었다. 즉, 혁신이 기업가와 기업가정신과 연계되면서 상업적인 큰 성공이 되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 산업사회로의 변화가 수반된 것이었다.

우리나라 기업가 정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참담한 현실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전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법인세율과 상속세율로 우리나라 기업가들은 기업의욕의 상실은 물론 다음세대들까지 상속을 포기하기에 일자리 창출과 성장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전통있는 히든챔피언들은 아예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대재해법과 최저임금법, 주52시간근무제 등과 같은 비현실적이며 글로벌기준에도 매우 동떨어진 법률과 규제가 기업가를 과도하게 압박하기에 기업일선에서는 서로 대표이사를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순간 약 200개가 넘는 법적책임과 규제의 대상이 되고, 그리고 이러한 대부분의 법적책임들은 기업의 책임을 기업가 개인에게까지도 전가시키는 이른바 양벌제로 돼 있어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과도한 기업가 옥죄기라고 표현 하기까지 한다. 오죽하면, 글로벌기업들의 한국법인대표로 임명된 외국인들이 한국으로의 부임을 극구사양하며 꺼린다고 하니 21세기의 갈라파고스가 된 형국이다. 새 정부에서는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지속적 성장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가(창업가)를 칭찬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서 과감한 규제혁파와 창업생태계 구축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들이 나오기를 절실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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