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백남준 '시스틴 채플' 30년만에 국내 첫선

[울산시립미술관 특별전]

40개 영상으로 新창조세계 암시

"오늘날 메타버스 30년전 형상화"

베니스비엔날레 최고상 수상후

복원된 작품 해외순회후 韓안착

대표작 '글로벌 그루브' 등도 전시

백남준에게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작 품 '시스틴 채플'이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이 되어 18일 처음으로 국내에 전시됐다. /사진제공=울산시립미술관백남준에게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작 품 '시스틴 채플'이 울산시립미술관 소장품이 되어 18일 처음으로 국내에 전시됐다. /사진제공=울산시립미술관




백남준(1932~2006)에게 황금사자상을 안겨준 걸작 ‘시스틴 채플’이 제작된 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서 전시된다. 울산시립미술관이 19일 개막하는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기획전 ‘21세기 천지창조 시스틴채플’을 통해서다.

번쩍이는 화면을 가로지르며 춤을 추는 사람들, 노래하는 가수와 연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진다. 맥락없이 펼쳐지는 듯할지 모르나, 하나같이 예술 속에서 즐기는 사람들이다. 백남준의 이상향일까. 1993년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미술제 베니스비엔날레에 독일관 작가로 초청된 백남준은 이 같은 40개의 영상이 전시장을 꽉 채우는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시스틴 채플’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과거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미켈란젤로가 시스틴 성당에 그린 천장화 ‘천지창조’(1508~1512)와 ‘최후의 심판’(1535~1541)을 통해 종교적 환영을 보여줬다면 20세기의 백남준은 디지털 미디어 작품으로 재해석했다. 사진·종이를 오려서 덧붙이는 콜라주 방식을 영상에 접목한 이를 두고 백남준은 ‘비디오 콜라주’라 불렀다. 과거 창조의 능력은 조물주인 신(神)만이 가능했던 것이었으나 다가올 미래에는 인간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이 작품은 백남준에게 베니스비엔날레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안겨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품은 비엔날레가 끝난 후 해체됐고, 다시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 지난 2019년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복원을 시도해 대규모 백남준 회고전에서 보여주기 전까지는. 복원된 ‘시스틴 채플’은 테이트모던에서의 백남준 전시는 이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의 순회전시를 거쳤고 울산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이 된 것을 계기로 한국에 안착했다.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 백남준 작품의 소장 사실을 공식 발표한 이후 공개 전시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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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시스틴 채플'은 계속해서 화면이 변화하며 새로운 영상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사진제공=울산시립미술관백남준의 '시스틴 채플'은 계속해서 화면이 변화하며 새로운 영상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사진제공=울산시립미술관


백남준의 '시스틴 채플'은 계속해서 화면이 변화하며 새로운 영상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사진제공=울산시립미술관백남준의 '시스틴 채플'은 계속해서 화면이 변화하며 새로운 영상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사진제공=울산시립미술관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장은 “백남준은 이미 30년 전에 ‘시스틴 채플’을 통해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가상현실, 혼합현실, 메타버스의 신세계를 예시했다”면서 “40여 대의 빔프로젝터들이 투사하는 시공을 초월한 다양한 이미지가 360도에 가까운 공간을 가득 메우면서 빛과 소리의 매혹적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제안”이라고 말했다.

전시를 앞두고 17일 저녁까지 설치 작업에 참여했던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는 30년 전 베니스비엔날레 때도 작업 과정을 함께한 목격자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30년 전의 ‘시스틴 채플’은 RGB빔 프로젝터였는데 지금은 LCD로 제작했고, 기기가 가벼워져 전시장 내 설치한 육중한 비계도 한결 줄어들어 관람객이 더 넓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생전 백남준 선생은 빔 프로젝터 특유의 불균형과 어긋남, 울긋불긋함 좋아하셨지만 그럼에도 백 선생이 의도했던 끝없이 변화하는 영상을 보여줄 수 있고, 브라운관 TV의 과열 우려없이 온종일 상영·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그간 소개돼 온 백남준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특이한 작업을 보는 국민들의 감회가 새로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는 ‘시스틴 채플’ 외에도 백남준의 대표작 ‘글로벌 그루브’(1973)와 위성3부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바이 바이 키플링’(1986), ‘세계와 손잡고’(1988) 등이 선보인다. 이와 함께 보도사진작가 최재영이 촬영한 ‘백남준 굿 퍼포먼스’ 27점도 전시된다. 백남준이 1990년 서울 현대화랑 앞에서 자신의 은인이자 동료작가인 요셉 보이스(1921~1986)를 위해 진혼굿을 벌인 장면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개관을 준비하며 총 3점의 백남준 작품을 수집했다. 제1호 수집품은 166대의 텔레비전을 거북 형상으로 제작한 ‘거북’이며, 또 하나는 ‘시스틴 채플’, 나머지는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한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지난 1월부터 시작한 개관전에 4개월간 약 1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주목받고 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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