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통합과 지역 화합의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줬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국민의힘 의원이 전원 참석해줄 것을 요청하고 국민의힘이 이에 호응한 것을 두고 나온 정치권의 평가다.
이날 기념식에는 이준석 대표를 포함해 100명의 국민의힘 인사가 참석했다고 한다. 사실상 총출동한 것이다. 5·18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왜곡·폄훼의 과거를 완전히 불식하고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5·18 폄훼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가 공천을 받은 사실을 놓고 진정 어린 사과의 자세가 있느냐는 시각도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쇼이자 노림수라는 의심을 떨치려면 더욱 묵직한 행보를 펼쳐야 하는 과제가 남은 모습이다.
윤 대통령과 당 인사들의 5·18 기념식 참석은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몸소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이긴 터라 국민 통합이 절실한 상황을 반영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은 지역·세대·젠더 갈등이 양 진영에 투영되면서 대결 구도가 점점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보수당의 호남 감싸기로 지역 갈등 해소부터 나섰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윤 대통령 측은 거대 야당의 발목 잡기가 계속되는 경우 국민투표를 돌파구로 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짜 협치의 대상은 국민”이라며 “국민과의 협치에 성공하면 야당과의 협치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에 펼쳐온 ‘서진 정책’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은 2020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5·18 묘역 ‘무릎 사과’를 시작으로 수해 복구 봉사 활동 등 호남에 낮은 자세로 다가갔다. 이 대표는 취임 뒤 이날까지 호남을 총 스무 번 찾는 등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윤 대통령도 보수 후보로는 처음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를 찾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호남의 마음을 완전히 열지는 못했다. 윤 대통령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을 때마다 광주 시민들에게 가로막혀 추모탑에 참배하지 못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두환 옹호’로 받아들여진 것도 한 이유였다.
이에 여당은 정권을 잡은 뒤에도 호남에 대한 구애를 이어가면서 호남의 마음을 완전히 되돌리려는 모습이다. 이달 16일 국민의힘은 보수정당으로는 최초로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초청 정책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방문이 진정성이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계기는 됐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제기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행보를 한 것은 아니냐’는 시각은 극복해야 할 숙제로 거론된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호남 구애가 호남 출향민이 많은 경기·인천·충남 등에서의 선거 승기를 잡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끝난 상태다. 윤 대통령이 호남행을 진정성 있게 제안했음에도 이에 호응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표 계산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5·18 폄훼 대표 정치인으로 여겨지는 김 후보가 공천 재심사 끝에 후보로 선출된 과정도 이런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비록 김 후보가 재심사 과정에서 예전 5·18 관련 논란에 대해 사과했지만 불충분한 사과라는 평가가 없지 않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김 후보를 당에서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추후 국민의힘에서 호남 관련 망언이 불거지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진정성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