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거래소가 고객의 신원 인증을 넘어 투자 경험·목적 등 투자 정보까지 확인하는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시스템을 이용해 은행·증권사처럼 거래소에서도 투자자의 성향에 맞지 않으면 코인 상품 투자를 사실상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발주한 ‘국회 발의 가상자산업법의 비교분석 및 관련 쟁점의 발굴검토’ 보고서 초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에는 암호화폐 거래가 가격 변동성,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근거로 한 투자 권유 준칙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적합성 원칙이란 고객의 투자 정보를 파악해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 부적합한 상품의 권유를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적정성 원칙은 부적합한 상품을 청약할 때 이를 고지해야 할 의무이다.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암호화폐 시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투자 정보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이에 보고서는 암호화폐 거래 사업자가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해 운영 중인 고객정보확인(KYC) 외에 투자 목적, 재산 상황, 투자 경험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확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전문 가상자산 거래자, 일반 가상자산 거래자로 나누고 일반 거래자는 투자 권유 희망 거래자와 투자 권유 불원 거래자로 분류한다. 보고서는 “투자 권유가 없는 암호화폐 장내 거래에서도 적정성 원칙은 준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고서 내용대로 투자 권유 준칙 체계가 정립된다면 높은 수익 가능성만 보고 변동성이 큰 잡코인 거래에 뛰어드는 투자 행태는 줄어들 수 있다. 코인 매매에서 한층 심화된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스테이킹(코인 예치 대가로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다소 제한될 수 있다. 현재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거래소와 연계된 실명 계좌를 확보한 고객이 KYC만 거치면 별도의 제한 없이 거래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높일 수 있겠지만 부담이 크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금융사에서 하는 모든 규제를 한번에 암호화폐 업계에 도입하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업체가 몇 안 될 것”이라며 “자칫 독과점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