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실수’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은 그레그 노먼(67·호주)이 리브(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슈퍼 골프리그)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놓을 전망이다.
영국 골프먼슬리는 20일(이하 한국 시간) “노먼이 리브 골프 CEO직을 내려놓는다”며 “사우디아라비아가 후원하는 이 기구를 이끌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먼은 최근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대한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 12일 리브 골프 시리즈를 앞둔 홍보 행사에서 “우리는 모두 실수를 저지른다. 그런 실수들로부터 앞으로 어떻게 그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배우고 싶을 뿐”이라며 암살 사건을 실수라고 단정 지었다. 카슈끄지는 사우디 반정부 성향 언론인으로 2018년 터키에서 살해됐다. 미국 정보기관 보고서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살해의 배후로 지목했다.
노먼이 비판을 받은 이유는 그가 이끌고 있는 리브 골프 인베스트먼트와 사우디 왕실의 관계 때문이다. 리브 골프 인베스트먼트는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지원으로 리브 골프 시리즈를 출범했다. 노먼의 발언이 ‘제 식구 감싸기’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13일 “사우디 정부의 잔혹한 카슈끄지 살해와 은폐 시도가 ‘실수’였다는 노먼의 발언은 심각하게 잘못됐다”며 노먼을 향한 비판 성명을 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리브 골프 인베스트먼트는 하루 뒤 “카슈끄지 살해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노먼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그것에 동의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거듭된 논란 속에 노먼은 CEO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골프 칼럼니스트 앨런 십넉은 ‘파이어핏컬렉티브’와 일문일답에서 “한 투어 에이전트에 따르면 최근 노먼과 사우디의 관계가 틀어졌다. 이는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만약 리브 골프의 지도부 교체가 임박했다면 필 미컬슨(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을 불참한 이유를 설명하고 혼란을 잠재우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노먼의 사임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골프먼슬리는 “만약 십넉의 출처가 정확하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노먼의 리브 골프 CEO직은 곧 끝날 것 같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오랫동안 지속돼온 사건의 또 다른 반전을 의미할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