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 반도체공장을 시찰하면서 뜬금없이 투표를 독려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경제안보를 위한 행보 중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거론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낮은 지지율을 돌파하기 위한 맥락일 수 있지만, 장소에 맞지 않은 발언이어서 실언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미 공군 1호기를 통해 오산 공군기지에 입국한 뒤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삼성 측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받았고, 이후 삼성 협력사 직원인 미국인에게 추가 설명을 들었다. 이 직원은 반도체 장비제조업체인 KLA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직원의 설명을 들은 뒤 그의 이름을 언급하며 갑자기 투표 독려를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피터, 투표하는 것을 잊지 말라”며 “당신이 여기에서 살 수도 있지만, 투표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에 맞지 않은 이른바 ‘뜬금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자 현장의 미국 취재진도 의아하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미국 언론은 다만 이 발언을 일각에서 제기 중인 ‘바이든 치매설’과 연결하지는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에게 ‘총리(Prime Minister)’라고 칭하는가 하면 과거 대선 후보 시절 손녀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말실수를 해 반대진영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미국 주요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투표 발언’에 대해 낮은 지지율 등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의 여론조사에서 39%의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데다 미국 내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미국 AFP통신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투표 발언’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속한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가운데 바이든으로선 이 문제 또한 예민한 국내 정치적 도전”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도 “바이든 대통령은 피터라는 직원이 장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후 그가 미국에 돌아왔을 때 투표를 잊지 말라고 재치있게 언급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