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가뜩이나 업무량 많은데…경찰 수사관 보직 탈출 본격화하나

경제·사이버·여청 수사 외사보다 선호도 2~5배 낮아

수사 부서 평균 나이 42세·경력 6년으로 저연차 많아

"교육 못 받고 현장 투입"…경력자 부담 ↑ '악순환'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찰 안팎에서 수사 부서의 인력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초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저연차 경찰관들이 일선 수사 현장에 투입된 마당에 검수완박 시행으로 기존 경력 수사관들마저 대거 수사 부서를 이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찰대 부설 연구기관인 치안정책연구소가 지난해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보직에 대한 선호도 평가를 진행한 결과 수사(민원) 부서에 대한 선호도 점수는 0.395점으로 비수사(비민원) 부서 0.605점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도가 가장 낮은 부서는 ‘경제수사’와 ‘교통조사’로 가장 선호하는 부서인 ‘보안외사’ 대비 선호도가 각각 5.2배, 4.7배 낮았다.



이 밖에도 사이버수사(3.37배), 수사행정(3.07배), 여청수사(2.08배) 등 수사 부서 전반적으로 일선 경찰관들의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다.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세다고 알려진 강력계 형사가 1.81배임을 감안하면 선호도 차가 유의미하게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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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민원, 승진, 업무량 순으로 나타났다. 치안정책연구소는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각종 매뉴얼이나 불송치결정서·불송치사유서 등 지침과 서식이 많이 하달되고 있어 수사와 대민 부서 경찰관들의 업무 가중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김창룡 경찰청장이 “관계 기관과 협조해 수사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톱다운’ 방식의 대책은 한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당이나 승진 등의 혜택보다 이른바 ‘워라밸’을 중시하는 저연차 경찰관들이 대거 수사 부서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내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수사 경찰의 평균 연령은 41.3세이며 이 중 MZ세대(1980~1990년대 중반 출생)가 절반 수준인 4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관 이탈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 전문성을 위해 연 1회 시험을 통해 수사 인력을 따로 선발하는 ‘수사경과’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올해 초 역대 최다인 1903명이 수사 부서 기피로 수사경과에서 해제됐다.

서울경제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사과 경찰관의 평균 경력은 6.1년으로 형사과 9.4년에 비해 3년 이상 뒤처졌다. 이를 두고 경찰청은 내부 자료에서 “수사 경력 1년 미만의 신임 수사관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시간이 없이 전입해 이들이 사건 처리에 익숙해질 때까지 난이도가 있는 사건이 경력자들에게 집중되면서 부서 이탈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 부서 기피로 인한 인력 부족 현상이 기존 인력의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저연차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조직을 키우는 것은 좋지만 일선 현장의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현실적인 대책이 없다면 검찰에서 얘기하는 경찰의 수사 역량 부족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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