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원가에 ‘반수생(대학을 다니면서 입시를 다시 치르는 것)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반수생 규모가 역대 최다였던 작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이과 통합 수능에서 문과생보다 수학 선택과목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활용해 인문계열에 진학한 이과생은 물론 이에 밀려난 문과생도 입시에 재도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2일 입시 업계에 따르면 내달 개강을 앞둔 반수반은 예년보다 2~3배 이상 신청자가 늘었다. 본격적인 접수가 시작돼지 않았음에도 벌써 인원이 상당수 채워진 학원들도 다수다. 반수는 대학을 다니면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뒤에 몰리지만 벌써부터 접수가 줄을 잇고 있다.
입시업계는 올해 반수생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해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종로학원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와 수능 접수자를 비교해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반수생은 2013학년도 입시에서 7만 5876명을 기록한 이후 2020학년도까지 7만명 대를 유지했다. 2021학년도 입시에서 8만 3명을 기록해 사상 처음 8만명대에 진입했고 작년 치러진 2022학년도 입시에서 역대 최다인 8만 2006명으로 늘었다. 작년 수능 원서를 접수한 총 50만 9821명의 약 16.1% 수준이다.
올해 반수 강의 신청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작년 처음 실시된 문·이과 통합형 수능 영향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통합형 수능에 따라 작년부터 국어·수학 영역은 ‘공통과목+선택과목’으로 치러진다.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이과생들이 확률과 통계를 치른 문과생들보다 표준점수 산출에서 유리해져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로 응시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막상 인문 계열로 진학해보니 적성에 맞지 않거나 다시 의약학 계열 등 이과 상위권 학과에 재도전하려는 학생들이 나타나고 있다. 입시정보업체 유웨이가 교차지원한 이과 수험생 4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5.9%의 학생이 반수 의향을 내비쳤다. 여기에 이과 학생들에 밀려나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한 문과 상위권 학생들이 미적분·기하에 응시해서라도 다시 수능을 치르려는 분위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통합형 수능에서 선택과목에 따라 점수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에 이과생이든 문과생이든 혼란이 컸다”며 “반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2022학년도 입시부터 의약 계열 정원이 늘어난 점도 반수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작년 반수생이 급증한 이유는 올해부터 약대 37곳 전체가 6년제 학부 모집을 신설해 정원이 1700명 이상 늘어난 영향이 컸다. 입시 업계는 이같은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주요대의 정시 비중이 40%까지 확대된 것도 반수 증가 요인 중 하나다.
입시 전문가들은 통합형 수능에서 드러난 부작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단지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게 돼 통합형 수능의 도입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성호 대표도 “대학들이 지원 조건을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판단과 보완은 교육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