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 사태 재현?'…원숭이두창에 백신 확보 비상[헬시타임]

5월 6일 영국 첫 환자 발생 이래 전 세계 15개국 의심 사례 확인

갑작스런 확산세 원인 몰라 비상…두창 백신·치료제 확보 경쟁도

호주 빅토리아주 최고보건당국자인 브레트 서튼 교수가 20일 멜버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영국에서 귀국한 여행자로부터 첫 원숭이 두창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호주 빅토리아주 최고보건당국자인 브레트 서튼 교수가 20일 멜버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영국에서 귀국한 여행자로부터 첫 원숭이 두창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 풍토병인 ‘원숭이두창(monkeypox virus)’이 유럽, 중동을 넘어 북미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 세계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원숭이두창 감염 확진자가 늘어나자 또 다른 팬데믹(감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영국 BBC,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각) 기준 세계보건기구(WHO)는 UN 회원국 12개국으로부터 원숭이두창 감염 확진 사례를 보고받았다. 지난 6일 영국에서 첫 환자가 나온 이래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포트루갈,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 9개국에 퍼졌고, 캐나다, 미국 등 북미 국가를 넘어 중동, 호주까지 침범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스위스 등 감염 의심 사례 28건까지 합치면 15개국 100명을 훌쩍 넘는다. 전부 통상적으로 원숭이두창 감염이 보고되지 않았던 국가들이다. WHO는 추적 범위를 확대하면서 향후 감염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50년 전 발견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되면 천연두와 증상 비슷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천연두와 같은 과인 올소폭스바이러스(orthopoxviruses)에서 유래한다. 1958년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이 처음 관찰되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사람에게 처음 감염된 사례는 1970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확인됐다고 전해진다. 이후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 풍토병으로 여겨져 왔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질병은 1970년대 후반에 박멸됐다고 알려진 천연두와 비슷한 점이 많다. 조기 발열과 두통, 피로감을 주증상으로 동반하고 2~4주 후 얼굴을 포함한 신체 부위에 발진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천연두와 비슷하게 1~2주의 잠복기를 갖는다. 대부분은 2~4주가량 증상이 지속되다 회복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의료 인프로가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주로 발견되다 보니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의 치사율은 평균 11~13%로 보고되고 있다.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사람 간에는 쉽게 전파되는 사례가 드물었던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갑작스럽게 전 세계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불안감을 더욱 키운다. 원숭이두창은 동물매개점염병(zoonotic infection)이다. 일반적으로 사람 간 전파는 호흡기 비말 또는 타액, 피부 병변과 접촉을 통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공기를 통한 전파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이론적으로는 무증상 전파도 가능하다고 알려졌는데 역학연구 자체가 많지 않다.

◇ 때아닌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확산세에 성병 의혹도?



일각에선 성 접촉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제기한다. 앞서 영국 보건당국은 영국 등 유럽에서 확인된 감염 환자 중 게이나 양성애 남성 비율이 높다고 밝혔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보고된 감염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용한 사우나가 게이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관련기사



하지만 국제연합(UN)의 에이즈 대책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누구나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면 걸릴 수 있는 병"이라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고 있다. 동성애 등 특정 감염 경로만 부각될 경우 편견을 조장할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면서 방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매튜 카바나 UNAIDS 부국장은 "낙인과 비난은 감염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대한 위협을 키울 수 있다"며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인권 침해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혼란 재현될까’ 벌써부터 백신·치료제 확보전도


주로 아프리카 중서부에서 발생하던 원숭이두창이 왜 갑자기 다른 지역에서 전파되는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혼란을 경험한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백신,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코로나19와 달리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모두 존재한다는 점이다.

미 보건당국은 기존 천연두 백신으로도 원숭이두창을 85%까지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노피파스퇴르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해 2007년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ACAM2000'이 대표적이다. 미국 바이오기업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스가 지난 2017년 사노피파스퇴르와 1억 25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판권을 확보했다. ‘ACAM2000’은 천연두 예방 적응증만 승인 받았지만 바이러스 유사성 때문에 원숭이두창에도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FDA로부터 심금염, 심낭염 위험에 대한 블랙박스 경고를 받은 적이 있고, 발생률도 1000명당 5.7건으로 높다고 알려지면서 안전성 문제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원숭이두창과 천연두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 백신도 개발되어 있다. 덴마크 바이오기업 바바리안노르딕이 2019년 9월 18세 이상 성인에서 천연두 및 원숭이두창을 예방하기 위한 용도로 ‘진네오스’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당시 FDA는 "WHO가 1980년 천연두 박멸을 선언한 이후 더 이상 위협적인 질병은 아니지만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가 의도적으로 방출될 경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전략 비축물자로서 신속 심사를 통해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천연두 치료제 개발업체들, 원숭이두창 유행에 몸값 껑충


원숭이두창 치료에 천연두 치료제가 활용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기업과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는 모습이다.

천연두 백신 판권을 보유한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스는 지난 2021년 6월 FDA 승인을 받은 천연두 치료제 '템벡사' 캡슐 및 액상형 제제의 판권도 보유한다. 본래 미국 바이오기업 키메릭스가 개발했는데, 지난 16일(현지시각)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이 최대 3억 3750만 달러에 독점 판권을 사들였다. 원숭이두창 확산세가 일파만파 거세지자 뉴욕증시에서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스의 주가도 급등세를 탔다.

또다른 천연두 치료제 개발 업체인 미국 바이오기업 시가테크놀로지도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시가테크놀로지는 지난 2018년 FDA로부터 경구용 천연두 치료제 '티폭스'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 국방부는 원숭이두창 유행 조짐이 나타난 직후 시가테크놀로지와 최대 750만 달러 규모의 경구용 치료제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시가테크놀로지는 지난 19일(현지시각) FDA로부터 '티폭스' 정맥주사(IV) 제형의 승인도 받았다. 새로운 제형의 승인으로 먹는 약 복용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대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경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