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헬기 정비의 꿈을 키우던 30대 정비사가 환자 4명에게 장기기증으로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헬기 정비사 박병일(36) 씨가 심장과 간, 좌우 신장을 4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24일 밝혔다.
박 씨를 태운 헬기는 지난 16일 거제 선자산 등산로 정비에 필요한 자재를 옮기는 작업을 위해 투입됐다가 추락했다. 박씨를 포함해 3명은 2시간여 만에 구조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기장은 숨졌고 박 씨와 부기장은 크게 다쳤다. 병원 도착 직후 뇌수술을 받은 박 씨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충북 음성군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항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육군 항공대 부사관이 됐다. 7년간 군 생활을 마치고 제대한 이후 헬기 정비사로 일해온지 올해로 5년째다. 박 씨는 6개월 간의 파견 근무 후 복귀 일주일을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그간 본인이 소망하던 충북 소방서 입사를 위해 준비 중이었는데, 최근 서류 면접 통과를 마치고 6월 구술 면접을 앞둔 상황이었다. 소방서에서 응급환자를 구하는 닥터헬기를 정비하는 꿈을 키웠다고 전해진다.
박 씨의 가족은 7년 전 암 투병 끝에 큰 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터라 하나 남은 아들마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디선가 몸 일부라도 살아 숨 쉬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박 씨 아버지 박인식 씨는 "억장이 무너지지만 고심 끝에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며 “장기 기증을 못 받아 임종을 앞둔 또 다른 자식과 이웃을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런 아픔 속에서도 이런 결정을 내려준 부모님께 경의를 표한다.”라며 기증자 박병일 님과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