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정비사업 ‘패스트트랙’ 정책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됐거나 참여를 신청한 단지들에서 실제 사업 실시 여부를 두고 잡음이 새 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굳이 공공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강동구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신통기획 대상지인 강동구 명일동 ‘고덕현대’는 강동구청 주도로 16일부터 신통기획 참여와 관련한 주민들의 의견을 조사하고 있다. 고덕현대는 지난해 하반기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등과 함께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돼 정비계획을 마련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주민들이 신통기획 참여에 반대한다는 민원을 제기한 만큼 주민 전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하게 됐다는 것이 강동구청 측의 설명이다.
신통기획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단지와 맞닿은 명일동 ‘한양’아파트와 통합해 공공의 개입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524가구 규모의 고덕현대와 540가구 규모의 한양아파트는 명일동 일대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이른바 ‘명일4인방’에 포함된 단지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체 주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신통기획이 아닌 다른 방법을 원하는 것으로 나온다면 그 의견을 따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에서도 신통기획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조합 집행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당초 신반포2차는 기존 가구수(1572가구)보다 17% 늘어난 184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신통기획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측이 주택 공급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가구수를 추가로 늘릴 것을 요구하자 조합 집행부가 기존 대비 30% 늘린 정비계획안을 마련했다. 이에 신통기획 반대 주민들은 변경된 계획안 대로라면 임대주택과 일반분양분의 일부를 소형 평형으로 전환하게 돼 재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잠원동 ‘신반포4차’는 신통기획 철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달 열린 대의원 투표에서 신통기획 철회 안건이 찬성률 80%로 통과됐고, 6일부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찬반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신반포4차는 이미 정비계획이 수립돼 있는 만큼 신통기획 참여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제기돼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반포4차 조합에서는 정비사업 절차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점을 감안해 신통기획 참여 여부를 재검토 중이다”라며 “주민 의견 조사 결과를 존중해 신통기획 진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비사업에 소요되는 기간을 대폭 줄여주겠다는 취지의 신통기획이 최근 흔들리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합의 선택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을 포함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다 보니 조합 입장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려볼 수밖에 없다”며 “자체적으로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굳이 공공의 힘을 빌려야 하느냐는 생각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