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0년대에 설립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대형 병원 터프츠(Tufts) 메디컬 센터를 소유한 터프츠 그룹은 올 3월에 400만 건이 넘는 환자들의 전자의무기록(EMR)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옮겼다. 병원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한 첫 사례다. 자체 개발한 EMR 시스템 ‘에픽’을 기존의 온프레미스(구축형) 서버에 옮겼다면 6개월이 걸렸겠지만, 클라우드로 옮기는 데 소요된 시간은 고작 71시간이었다. 터프츠는 이를 통해 매년 500만 달러(약 63억 원)의 행정처리 비용을 아끼게 됐지만, 진정한 성과는 따로 있다. 환자 데이터를 통합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진단의 정확성, 신속성을 높이고, 치료 중심의 의료 행위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이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AWS 공공 서밋 2022’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맥스 피터슨 AWS 공공 부문 부사장은 “의료진은 이제 진단 과정에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정확히 빠른 진단을 통해 환자의 요구에 맞는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피터슨 부사장은 자신의 어머니가 뇌손상으로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에는 영상의학과부터 신경외과까지 컴퓨터단층촬영(CT) CD를 들고 오가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병명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 진료과에서 검사를 반복하고 임상 관련 정보, 환자 병력 등을 취합하느라 두세 달이 소요되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응급 수술의 경우에도 검사 기록을 모아 진단을 내리기까지 수 시간이 걸렸던 과정이 몇 분 단위로 줄었다고 그는 자신했다.
피터슨 부사장에 따르면 헬스 케어 분야에서 클라우드 활용이란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 모델을 잘 만들고, 좋은 개입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적절히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기대를 모으는 것은 400만 건에 달하는 익명의 환자 데이터와 클라우드에 탑재된 200가지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전체 인구의 특정 질병 패턴을 파악하는 ‘질병 지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심전도부터 병리학 테스트 결과까지 각각의 애플리케이션이 서로 연결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터프츠 병원에서 클라우드 도입을 결정한 샤피크 랍 터프츠 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50년 전 은행에서 혁신을 통해 벌어졌던 일들이 이제 의료계에 벌어지기 시작했다”며 “카드 이용자의 정보가 공유되듯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옮기면 국가 간에도 환자 정보를 공유하는 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한 나라에서 진단을 받고 해외에서 바로 치료를 받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그는 전했다.
한편 AWS는 지난해 발표한 ‘건강 평등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3년 간 4000만 달러(약 505억 원)을 투입해 헬스케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병원을 갈 때 환자들이 겪는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라운드트립’, 아프리카에서 응급 산모들을 신속히 병원으로 데려다 주는 ‘앰뷸런스 택시'를 운영하는 엠마마(m-mama) 프로젝트 등이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