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비상장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기업성장펀드’를 거래소를 통해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26일 금융위원회는 기업성장펀드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기업성장펀드는 벤처·혁신기업에 집중 투자하면서도 코스피·코스닥 등 거래소에 상장해 환금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일종의 비상장 기업 상장지수펀드(ETF)인 셈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공모펀드가 가진 규모의 경제와 투자자 보호 장치, 사모펀드의 유연한 운용 전략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펀드”라고 설명했다.
기업성장펀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상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다음 달 초까지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협의를 거쳐 하반기 중 하위법규 개정안 등 세부 도입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기업성장펀드에는 최소 5개 이상 벤처·혁신기업이 담긴다. 펀드 자산 내 1개 기업 비중을 20% 내외로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ETF와 유사하게 유동성공급자(LP) 등 시장 조성자를 도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펀드 운용 주체는 인가를 받은 사업자다. 자산운용사·증권사·벤처캐피털 등이 대상이다. 자기자본과 운용 능력 등을 따져 책임감 있게 기업성장펀드를 운용할 사업자에게 인가를 내준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 업계에 참여 의사를 물어봤는데 39개 사가 총 1조 6000억 원 규모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흥행보다는 성공 사례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모험자본에 투자하는 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도 마련해놓았다. 운용 주체가 최소 5년간 5% 이상 의무 출자를 하도록 하고 피투자기업의 주요 경영 사항이 공시된다.
기업성장펀드가 거래소에 상장되면 비상장 주식에 대한 ‘묻지마 투자’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개인들은 장외거래를 통해 비상장 주식을 투자하는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을 얻기 어려워 ‘묻지마 투자’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성장펀드는 전문성을 갖춘 운용 주체가 설계, 운용하는 간접투자 상품인 만큼 투자 안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