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광덕 칼럼] 정당 몰락 잔혹사

집권 경험 英 자유당·日 사회당 추락

민주당, 시대정신 외면·폭주로 위기

지방선거에 당 해체·리모델링 달려

巨野 오버하면 ‘폐족의 추억’ 재연





더불어민주당이 벼랑 끝에 섰다. “민주당은 해체되는가”라는 질문까지 나온다. 정당 몰락의 역사는 참으로 잔혹했다. 대표적 사례는 영국의 자유당이다. 20세기 초까지 자유당이 참정권 확대 등 참신한 개혁을 추진할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1906년 총선에서 자유당은 400석을 차지해 보수당(157석)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집권당이 됐다. 그러나 자유당은 1924년 총선에서 40석을 얻는 데 그쳐 노동당(151석)에도 밀려 제3당으로 전락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저서 ‘정당은 언제 몰락하나’에서 자유당의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유권자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는 정당은 도태된다는 것이다.



일본 사회당의 경로도 유사하다. 사회당은 1946년부터 반세기 동안 제1야당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94년 자민당과의 연정으로 ‘반짝 집권’을 하면서 무능을 드러낸 뒤 1996년 총선에서 참패하고 미니 정당으로 주저앉았다.

민주당도 2020년 4월 총선에서 압승하며 정점을 맞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4월 재보선과 올해 3월 대선에서 연패한 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락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5월 첫째 주 41%였던 민주당 지지율은 5월 셋째 주 29%로 급락했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선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오죽하면 이 후보가 유세 도중 “이번에 지면 정치 생명이 끝난다”면서 손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동작과 함께 “끽”이라고 했을까. 최고사령관이 평정심을 잃고 ‘고전(苦戰)’을 실토하는 것 자체가 당의 존립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위기 해법을 찾아야 할 민주당 지도부는 외려 ‘콩가루 집안’을 연출하고 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성 비위 연루 의원에 대한 비상 징계를 주장하고 있으나 주류 지도부는 뭉개고 있다. 박 위원장이 25일 당 회의에서 당 차원의 사과를 촉구하면서 ‘586세대 용퇴론’을 제기했다. 이에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이게 지도부인가”라며 책상을 내리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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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위기의 요인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을 비롯한 ‘다수의 폭정’, 내로남불, 무능 정치 등이 거론된다. 문빠와 ‘개딸(개혁의 딸·이재명 후보의 2030 여성 지지층)’ 등을 활용하는 팬덤 정치는 당의 중병(重病)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마약이나 다름없다. 근본 원인은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경제·민생, 안보 정책 등에서 역주행한 것이다. 국제 질서가 신냉전으로 바뀌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가 대치하는 ‘그레이트 디커플링’이 진행되는데도 민주당 세력은 되레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는 정책에 매달렸다. 주요국들이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략 산업의 초격차 경쟁에 올인하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권은 포퓰리즘 정책과 규제 사슬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렸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참패한 뒤 친노 세력의 안희정은 “우리는 폐족(廢族)”이라고 한탄했다. 민주당이 대수술에 나서지 않으면 당의 몰락과 ‘문재명(문재인+이재명) 세력의 폐족’을 피할 수 없다. 사실 쇠락의 길을 가던 민주당은 상대 정파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잇단 자책골로 반사이익을 얻어 집권했다. 민주당은 안희정-박원순-오거돈 등 자치단체장의 연쇄 성 추문만으로도 사라져야 할 정당이었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민주당은 페인트칠과 리모델링, 재건축·재개발의 기로에 서 있다. 만일 민주당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이긴다면 페인트칠이나 리모델링 정도로 수습하려 할 것이다. 반면 경기지사 선거나 인천 계양을 보선에서 패배한다면 당 해체론, 즉 재개발론이 확산될 것이다. 재주복주(載舟覆舟)란 말을 떠올리게 된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고지도자나 정당의 운명은 민심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붕괴하지 않고 수권 정당으로 살아남으려면 ‘오버(over)’하지 말고 건전한 견제 기능을 해야 한다. 민심은 늘 정도가 지나치거나 몽니를 부리는 정치 세력을 잔혹하게 심판해왔다.

김광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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