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안 죽었구나.” 홍란(36·삼천리)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8억 원) 1라운드를 마친 후 자신의 플레이를 이렇게 돌아봤다.
27일 경기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CC(파72)에서 열린 E1 채리티 오픈은 홍란의 출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KLPGA 투어 최다 17시즌 연속 출전, 최다 출전 기록(356개 대회), 최다 라운드 플레이(1043라운드) 등 수많은 기록을 세운 그는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번 대회가 6개월 만에 출전한 첫 대회다.
“골프채를 다시 잡은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고 밝힌 홍란의 실력은 여전했다. 첫 홀인 10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12번(파4)과 14번 홀(파3)에서 버디를 낚아 기분 좋게 전반을 마쳤다. 보기만 2개를 적어낸 후반은 아쉬웠다. 1오버파 73타 공동 56위로 1라운드를 마쳤지만 홍란의 표정은 대회에 참가한 그 누구보다 밝았다. “사실 생각보다 플레이가 잘 풀렸다”고 돌아본 홍란은 첫 보기 후 바운스 백에 대해 “‘홍란이 아직 안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홍란은 추천 선수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채리티 대회이기도 하고 KLPGA 전 회장님(구자용 E1 회장)의 대회라 참가하게 됐다”며 “마음을 비우고 즐기면서 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가 마지막은 아니다. 홍란은 7월 말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을 올 시즌 두 번째 대회로 잡았다. 그는 “(진짜) 은퇴 경기는 따로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은퇴 전 워밍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지막 대회가 1개가 될지, 2개가 될지 미정이다. 3개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17년 동안 KLPGA 투어를 지켰던 홍란은 은퇴 후 30대 일반 여성으로서 삶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테니스는 물론 여행도 다니는 중이라고 한다. 홍란은 “오늘(27일)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췄는데 못 일어나겠더라. 이 생활을 어떻게 17년 동안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라면서 “테니스도 배우고 여행도 다니고 있다. 무엇이든 뻔한 일보다는 재밌는 것을 찾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홍란은 “하긴 해야죠”라고 답하면서도 “언제가 될지 아직 계획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제 또래를 보면 30대가 가장 재밌는 나이인 것 같다. 본인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새로운 시작을 해보는 때”라며 인생 2막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