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증시 불황 장기화에 자사주 '줍줍'하는 임원진들…주가 반등 입질일까? [선데이 머니카페]

삼전, 올해 부사장급 임원 자사주 매입액 60억원 돌파

롯데·한화·LG 등 대형그룹사도 자사주 매입 행렬 참여

코스닥 기업은 신탁계약 체결 통해 주가 부양 나섰다


정확히 2988선에서 새해 출발을 끊었던 코스피 지수가 세 달이 넘도록 2600선을 전전하고 있는 가운데 요즘 들어 유난히 자주 눈에 띄는 기업 공시가 있습니다. 바로 기업과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공시입니다. 올 들어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가리지 않고 기업은 물론 대표와 임원들까지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사주 사들이기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에 실제로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들면서 주당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는데요. 특히 기업의 성장성과 현재 가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고위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통상 시장에서 기업 주가가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신호, 즉 ‘저평가 시그널’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번 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선 약세장에서의 주가 부양을 위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 기업들과 그들의 주가 흐름을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전자(005930), 올 들어 자사주 매입 규모만 60억 돌파




삼성전자는 올 들어 임원진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는 기업입니다. 올 1월부터 5월 27일까지 삼성전자 보통주를 취득한 부사장급 이상 임원수는 총 30명인데, 이 기간 이들의 매입액은 6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구체적으로 누가 얼마를 사들였는지 볼까요. 우선 한종희 부회장이 3월 15일은 1만 주를 7억 원가량에 사들였습니다. 3월 15일은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해 11월 11일(종가 6만 9900원)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7만 원선을 내줬던 날입니다. 사장·부사장급에서도 연이어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했습니다. 이정배 사장이 2월, 4월에 두 차례에 걸쳐 총 1만 주를 사들였고, 3월에 박학규 사장과 노태문 사장이 나란히 6000주, 3000주를 매입했습니다. 이어 김수목 세트부문 법무실장과 경계현 DS부문장 역시 각각 5억 원 넘는 자금을 들여 삼성전자 주식을 8000주씩 사들였죠. 이밖에 5월에만 27명의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주를 많게는 5000주까지 사들여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27일 종가 기준 6만 650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9만 원선을 돌파하면서 ‘10만전자'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던 삼성전자도 역시 증시 불황의 타격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지난 3월 15일 올 들어 처음으로 6만 원선으로 내려앉은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2개월째 7만 원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죠. 3월 이후 삼성전자 임원진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가 반등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대기업·코스닥사, 너도나도 자사주 매입 행렬 대거 참여


롯데지주(004990) 역시 최근 임원진들이 다함께 자사주를 대거 매수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달 24일 이동우, 송용덕 부회장을 포함한 롯데지주 임원 16명이 한꺼번에 자사주 장내 매수 공시를 냈는데요, 이들이 사들인 자사주 규모는 4억 원에 달합니다. 특히 이동우 부회장의 경우, 1억 원 규모를 들여 자사주 3000주를 사들였고, 송용독 부죄장 역시 1000주(3500억 원)을 매입했습니다. 이어 25~26일에도 역시 임원진 6명의 자사주 장내 매수 공시가 이어졌는데요, 1000주(3300만 원)를 사들인 박현철 사장을 비롯해 이들은 각자 백 단위로 롯데지주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롯데지주의 주가는 29일 종가 기준 3만 470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가는 실제로 연초 대비 16%가량 상승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임원진의 자사주 매수 행렬이 계열사 지분구조조정 작업의 마무리와 함께 신사업 투자를 본격화한 롯데지주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한화그룹 계열사들도 임원진들의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고 있죠. 이달 한화생명(088350)에선 이경근 부사장이 자사주 1만 주(2600만 원)를 사들였고, 이어 최영복 전무(4000주), 이원근 상무(5600주), 조현호 상무(2000주) 등 임원진들의 자사주 장내 매입이 꾸준히 지속됐습니다. 11일에는 한화솔루션(009830) 박승덕 부사장이 3500만 원 규모의 자사주 1100주를 장내 매수했습니다. 한화솔루션 역시 하반기 태양광 부문에서 턴어라운드를 이룰 것이란 기대가 나오면서 최근 주가가 연초 수준을 회복한 상황입니다.

LG(003550) 역시 최근 대규모 자사주 매입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373220) 부회장은 4억 2000만 원을 들여 자사주 1000주를 매입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1월 상장일 50만 5000원을 기록했다가 3월 36만 원까지 떨어졌지만, 5월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며 43만 원선을 회복한 상황입니다. 27일엔 LG가 기업 차원에서 KB증권과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맺었죠. 한샘에선 김진태 대표가 자사주 3000주를 6000만 원에, 케이카(381970)에서도 정인국 사장이 자사주 1만 주를 2억 5200만 원에 모두 사들였습니다.

코스닥 기업들도 자사주 매입을 통해 대대적인 주가 부양에 나섰습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자기주식취득 공시를 낸 코스닥 상장사는 총 33곳에 이릅니다. 여기서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결정한 141개사를 합하면 총 174곳의 코스닥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이죠. 아프리카TV(067160), 웹젠(069080) 등이 1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고, 휴마시스(205470), 코미코(183300), 에스엠(041510) 등 역시 ‘주가부양 및 주주이익 제고’를 이유로 내세우며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 체결에 나섰습니다.

악재 산재해 자사주 매입 효과는 아직…장기적으론 소각까지 이어져야 의미있어


통상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시장에서 실제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에 더해 기업 임원진들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서 주가 바닥 신호로 해석되곤 하는데요. 기업의 성장성을 잘 파악하고 있고 내부 정보를 꿰고 있는 고위 임원진들의 자사주 매입은 현재 해당 기업이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시장이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거죠.

한편 기업들이 약세장을 버텨내기 위해 속속들이 자사주 매입이 나서고 있지만, 실상 주가 반등 효과는 아직까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는 다양한 악재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폭등한 원자재 가격 효과가 적어도 3분기까지는 강하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치솟고 있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개시 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및 양적 긴축(QT)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죠.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및 매입 후 소각은 주가 방어 효과가 있지만, 거시 경제의 흐름을 완전히 역행하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준 금리 인상 기자회견하는 파월 연준 의장 / 사진=연합뉴스기준 금리 인상 기자회견하는 파월 연준 의장 / 사진=연합뉴스


이에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부양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기업 개별적인 실적 개선 및 성장 모멘텀이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연말로 갈수록 미 연준의 긴축 강화와 중국 경기 둔화 등에 따라 국내 수출 모멘텀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조업 등 수출기업들의 실적 악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업황 관련한 악재가 해소되기 전까지 해당 업체들은 하반기 업황 개선세나 가시적인 실적 모멘텀을 갖춘 기업에 비해 주가 반등 효과가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제대로 된 주가 부양을 위해선 매입보다 매입 후 소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향후 고가에 되팔거나, 자사 직원들에게 상여로 지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기 때문인데요.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하면 주가 부양 효과가 커진다”며 “이때 매입한 자사주를 제거하는 소각은 다시 처분한 가능성을 소멸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혜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