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익률이 물가에 연동하는 물가연동국고채권(물가채·TIPS) 거래 규모가 5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5월부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를 돌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개인투자자들도 쉽게 물가채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국채유통시장에서 물가채 거래규모는 1조 3890억 원으로 2017년 3월(1조 4790억 원) 이후 약 5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가채의 월간 거래량이 1조 원을 넘은 것 역시 2019년 3월(1조 820억 원) 이후로 처음이다. 물가채 거래는 올 들어 1월(5280억 원)부터 4달 연속 규모를 키워왔는데, 이 기간(1월~5월) 총 거래규모는 3조 89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 9960억 원)보다 9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치솟고 기대 물가 수준 역시 뛰면서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물가채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채 가치평가의 지표인 기대인플레이션(BEI)은 연초 140~150bp(1bp=0.01%포인트)선에서 지난달 200bp을 돌파한 이후 이달 180~190bp선의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BEI는 국고채 10년물 금리에서 물가채 10년물 금리를 뺀 수치로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CPI 상승률을 의미한다.
물가채는 일반 국채 대비 금리가 낮지만,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만기까지 원금 변동이 없는 일반 국채와 물가채는 달리 물가가 상승한 만큼 원금 및 원금에 붙는 이자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약정 이율이 연 1.3%인 물가채 10만 원을 보유 중인데 물가가 연 3% 오를 경우 원금은 10만 3000원으로, 이자수익은 1339원으로 늘어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CPI는 전년 대비 4.8% 뛰면서 2008년 10월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5월 기준금리를 또 한번 인상한 한국은행은 5~7월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올해 CPI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올렸다.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파급 효과가 3분기까지 강하게 나타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에서 고점을 형성한 후 연말까지 4%대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기대 인플레이션을 나타내는 BEI 역시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BEI가 230bp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BEI는 지금보다 더 오르며 올해 물가채가 명목채 대비 초과 성과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개인 투자자의 경우 물가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점, 만기가 긴 점 등을 유의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커지자 증권가에서도 물가채에 간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등을 내놓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이달 31일 국내 최초로 물가채에 투자하는 ETF인 ‘KOSEF 물가채KIS’를 상장한다. 이 ETF는 물가채 최근발행물 3종목으로 구성된 ‘KIS TIPS’를 기초지수로 한다. KIS TIPS 지수의 2017년 이후 연환산 누적수익률은 3.75%로, 일반 국고채 10년물로 구성된 ‘KIS 10Y KTB’(1.24%)를 웃돌고 있다. 앞서 메리츠증권에서도 지난해 물가채를 추종하는 ETN인 ‘메리츠 인플레이션 국채 ETN(610001)’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