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탈원전에 2·3차 협력사 줄폐업"…신한울 3·4호기 '선착공 후승인' 속도전 필요

[다시기업을 뛰게 하자]

1부. '다이내믹 코리아' 기업에 달렸다

<5> 세제·에너지 정책 다시 짜라 - 복원 시급한 원전 생태계

'잃어버린 5년'에 매출 사실상 제로

회사채 등 '돌려막기'도 한계 도달

관련 인력도 5분의1 수준으로 급감

수출액도 3372만弗로 3분의1 토막

' 원전 수명 연장' 행정 절차 간소화

SMR 등 차세대 원전 R&D도 확대

민관 협력 '프로젝트팀'도 가동해야








“1차 협력사를 제외한 2·3차 협력사 중 상당수가 사업을 접었거나 파산한 상황입니다. 이전 정부에서 ‘기존 원전 사업자는 신재생 등 여타 사업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대기업도 힘든 업종 전환을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경남 창원에서 만난 한 원전 부품 업체 관계자는 최근 5년 새 국내 원전 생태계가 무너졌다며 새 정부가 신규 원전 착공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2017년 신고리 3·4호기 부품 납품 이후 원전 관련 매출이 사실상 전무하면서 관련 인력도 5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며 “원전 업체들은 정부의 대형 원전 프로젝트 재개 시점만 손꼽아 기다리는 ‘천수답’ 구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석열 정부는 ‘친(親)원전 로드맵’을 바탕으로 원전 생태계 복원을 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한시가 급하다며 정부의 보다 발 빠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그나마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원전 부품 업체 역시 2017년부터 가속화된 수주 절벽으로 원전 관련 수익이 ‘제로’인 상황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대부분 업체들이 회사채 발행이나 대출 등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고 있지만 최근 금리마저 가파르게 뛰어오르며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조기 착공을 통해 원전 업체들의 숨통을 터주는 한편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에 대한 연구개발(R&D) 확대를 포함한 구체화된 로드맵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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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지난달 발간한 ‘2020년 원자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원자력 산업 분야 인력은 최근 4년 새 빠르게 줄며 원전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기 전인 2016년 3만 7232명에 달하던 국내 원전 관련 인력은 2020년 3만 5276명으로 감소했다.

원전 업계는 이들 인력이 아랍에미리트(UAE)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으로 옮겨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탄소 중립 기조에 발맞춰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중동 국가들은 한국이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에 주목하며 한국 원전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은 원전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로드맵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반면 ‘탈원전 도그마’에 갇힌 이전 정부는 지난해 내놓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원전 활용 방안은 빼놓았다.

국내 원자력학과 졸업 인력의 취업률도 원전 업계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원전 관련 학과의 취업률은 2018년 45.8%(301명)에서 2020년 36.9%(220명)로 대폭 줄었다. 관련 학과 정교수 숫자도 2019년 73명에서 지난해 62명으로 급감했다.

원전 관련 해외 기술 도입액은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탈원전 정책 이전인 2016년에는 원전 해외 기술 도입액이 619억 3900만 원에 달했지만 탈원전으로 생태계가 붕괴된 2020년에는 70억 71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원전 관련 수출액도 2016년 1억 2641만 달러에서 2020년 3372만 달러로 5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원전 관련 기업의 23%는 5년 후 매출이 반토막 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사업 철수를 고려하는 업체도 여럿이다.

업계에서는 ‘선착공 후승인’ 등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서둘러 재개하고 원전 수명 연장에 걸리는 각종 행정절차 등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원전 부품 제작 업체인 BHI의 이창희 전무는 “원전 사업 발주 시 관련 부품 업체들은 연초에 받은 선급금을 바탕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기술 개발에 나서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지만 ‘탈원전’ 이후 이 같은 방식이 무너졌다”며 “원전 수명 연장도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만큼 기업들은 언제까지 버틸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원전 수출을 위한 프로젝트팀을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라카 원전 수출에 참여했던 한 원전 업체 관계자는 “바라카 원전 수출 당시 미국과 프랑스는 개별 기업 위주로 수주전에 뛰어든 반면 우리는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똘똘 뭉쳐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원전이 배제되고 각국의 원전 발주가 빠르게 늘고 있는 지금이 우리에게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수출 확대와 SMR 개발 등으로 원전 생태계를 빠르게 회복해야 한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가동 원전의 계속운전, 사용후핵연료 대책 추진 등으로 원전 산업 정상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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