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SK하이닉스로 입사하면, 메인터넌스(유지보수) 엔지니어로 일할텐데요. (회사가) 발전할 (주력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고전문가잖아요."
26일 충북 청주에 있는 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반도체시스템과를 다니는 2학년 어한빛군이 한 말이다. 어군은 '최 회장을 만난다면'이란 취업준비생이 '곤란한' 질문에 길게 고민하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어 군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회사가 주력하려는 분야가 무엇인지 알아야 저도 잘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최 회장에게) 분야를 꼭 묻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어군의 당당함은 청주캠퍼스의 '반도체 자신감'이기도 하다. 청주캠퍼스는 폴리텍대가 조성한 반도체 클러스터의 한 축이다. 클러스터를 보면 반도체 소재는 성남캠퍼스, 후공정은 아산캠퍼스가 맡는 식으로 나눴다. 청주캠퍼스는 반도체 장비의 유지보수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이를 위해 캠퍼스에는 수백억원이 투자됐다. 조만간 반도체 연구센터 한 곳이 더 늘어난다. 그 결과 졸업생 10명 중 8명이 반도체회사로 취직한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로 취직하는 학생이 해마다 늘고 있다. 어군에게 SK하이닉스는 어렵지 않게 취직할 수 있는 회사인 셈이다.
청주캠퍼스는 한마디로 '반도체만 생산하지 않는 반도체 공장'으로 보면 된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전(前) 공정 주요 장비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아 생산 시연까지 가능한 클린룸이 있다. 이런 클린룸을 갖춘 대학은 청주캠퍼스가 유일하다고 한다. 클린룸을 안내한 반도체학과 재학생들은 이미 반도체 현장 인력과 다를 바 없었다. 이들은 장비를 자주 다뤄본 듯 동작 하나하나가 능숙했다. 반도체 집적회로가 새겨질 웨이퍼로 보호막을 만드는 산화 공정, 회로를 새기는 포토 공정 등도 설명했는데, 지도 교수의 별도 설명이 없을 정도로 이해하기 쉬웠다. 학생들은 한 장에 30만원이 넘는 웨이퍼도 실습을 할 때 학교의 눈치를 안보고 사용한다고 했다. 이들을 보면, 최근 대기업이 스펙만 쌓은 학생 보다 현장 경험이 있는 경력직을 더 선호하는 이유가 짐작됐다.
전문대라면 취업이 우선이어서 현장 실습에만 매달리기 쉽다. 하지만 청주캠퍼스는 대학교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바로 학생이 배우는 즐거움과 교수와의 유대감이다. 박상배 메카트로닉스 학과장은 이날 재학생들과 안면인식 맥박측정기 등 3개 공모전 출품작을 소개했다. 그가 설명하는 뒤편에는 학생들의 공모전 상장들이 즐비했다. 박 학과장은 "우리는 설비를 잘 다루는 학생과 이런 설비를 잘 만들 수 있는 학생을 동시에 키우려고 노력한다"며 "설비나 프로그램에 오류를 만든 뒤 스스로 답을 찾아갈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이런 각오는 학교 곳곳에서 보인다. 청주캠퍼스의 모든 교수실 문에는 교수들의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다. 여느 대학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청주캠퍼스는 주말이라도 질문이 있는 학생들이 편하게 교수에게 물어볼 수 있도록 번호를 공개했다. 청주캠퍼스는 교수와 학생이 ‘원팀’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