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인텔에 파운드리 공급 늘린다

■이재용 부회장, 인텔 CEO 회동

'메모리 최강자·CPU 1위' 공조

서초사옥서 만나 만찬도 함께

차세대 반도체서 협력 강화하고

시스템반도체 분야도 '의기투합'


글로벌 반도체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인텔의 협력 체계 구축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중요한 분기를 맞게 됐다. 한국·미국 정상 회동에 이어진 두 회사 수장의 만남은 양국 반도체 업계가 ‘동맹’ 수준의 협업 체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공동 대처하는 한편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30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수장 회동 소식이 전해지자 “예견된 수순”이란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메모리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중앙처리장치(CPU)를 바탕으로 비메모리 1위를 지키고 있는 인텔은 전체 시장점유율로 보면 가장 강력한 맞수지만 기술적인 측면으로 보면 중요한 동반자 관계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에 참석한 뒤 돌아오는 길에 한국을 찾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공급망 강화 측면에서 두 회사가 추가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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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삼성전자와 인텔은 차세대 메모리 제품 개발을 위해 인텔과 오랜 기간 메모리, CPU 간 호환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미래 개척’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두 회사는 2019년부터 컨소시엄을 구성해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반의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기술과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는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와의 호환성을 최대로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인텔 또한 CPU의 성능을 극대화할 메모리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도체 외에 완제품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주력 노트북인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에 최신 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등 인텔의 중요한 고객사로 자리 잡고 있다. 인텔은 ‘갤럭시 북 프로’ 시리즈에 자사의 고성능·고효율 모바일 PC 인증 제도인 ‘인텔 에보(Evo) 플랫폼’을 부여하기도 했다.

겔싱어 CEO는 이날 이 부회장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모바일 관련 사업부 경영진과도 연속 회동을 가졌다. 반도체 사업 일부의 협력을 넘어 사실상 사업 영역이 겹치는 모든 부문에서 손을 맞잡는다는 의미다.

이번 만남의 가장 큰 의미는 위기가 커지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해소할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 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 속에 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안정적인 반도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이 한국·일본·대만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할 핵심 경제안보 전략으로 ‘칩4 동맹’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두 회사 수장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여전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분야에서 경쟁 관계가 이어지겠지만 전반적인 협업 체계가 갖춰지면 이 또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과정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경쟁자이면서도 동반자이기도 한 복잡한 비즈니스 관계가 얽혀 있다”며 “이 부회장과 같은 오너의 의사결정 능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욱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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