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식용유·밀가루도 '제로 관세'…민심이반 우려에 결국 '감세카드'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생활물가





급등하는 물가에 쫓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결국 세금 인하 카드였다. 핵심 원자재와 먹거리 등에 붙는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깎아줘 민생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먹거리와 연료비 외에도 교육비, 통신비, 교통비, 이자 비용 등을 경감해 실질 구매력 감소를 막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정부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제로(0) 수준까지 끌어내리면서 향후 고물가 행진이 장기화되더라도 더 이상 내놓을 카드가 없게 된 점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30일 “밀가루 같은 원재료 값이 올라 외식 물가 전체를 밀어 올리는 연쇄효과를 일단 막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정부의 가격 통제 수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밥상물가 안정 최우선>

포장김치 부가세도 내년까지 면제

농축수산물 쿠폰 600억 더 풀고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10%P↑

정부는 30일 내놓은 민생 안정 대책에서 체감 효과가 큰 먹거리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올렸다. 최근 식용유·밀가루·돼지고기 등의 가격이 급등해 서민 밥상 물가가 흔들리면서 민심이 이반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식료품·외식 지출 비중은 42.2%에 이른다. 전체 소득에서 세금·의료보험료 등을 빼고 남은 돈 중 절반가량이 식비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식탁 물가 상승에 저소득 서민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는 이에 따라 수입 돼지고기·대두유·해바라기씨유·밀·밀가루에 붙는 관세를 0%로 인하하기로 했다. 계란 가공품에 대한 0% 할당관세는 연말까지 연장되고, 사료용 근채류에 대한 할당관세 물량은 30만 톤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기호 식품인 커피와 코코아 원두에 붙는 수입 부가세(10%)를 내년까지 한시 면제하고 관세 과세가격 결정 때 적용되는 환율을 수입 업자에게 더 유리한 ‘기준환율’로 변경해 주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수입 돼지고기에 붙던 최고 25% 관세율이 0%로 낮아지면서 20%에 이르는 원가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내다봤다. 다만 이번 돼지고기 할당관세 물량은 5만 톤에 불과해 향후 돼지고기 값 오름세가 이어질 경우 물량 확대 등의 추가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돼지고기의 연간 수입 물량은 약 33만 톤이다. 돼지고기와 별도로 커피 원두의 원가 인하율은 약 9.1%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관련기사



정부는 이 밖에 병이나 캔으로 포장된 김치, 젓갈류, 된장 등에 대한 부가세를 내년까지 면제해주고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 발행 물량도 600억 원어치 더 확대한다. 여기에 더해 식품 제조업 및 외식 업자가 농산물을 구입할 때 세금을 감면해주는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도 현재 40~65%에서 50~75%로 내년까지 상향해 세액공제 한도를 늘려줄 계획이다. 가령 매출 2억 원 개인 사업자가 1억 5000만 원어치 농산물을 구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는 1073만 원을 납부 세액에서 공제받았지만 앞으로는 1239만 원을 공제 받을 수 있게 된다.

<생계비 부담 완화 패키지도>

2학기 학자금대출 금리 동결

개소세 30% 인하 6개월 연장

5G 요금제 '중간 구간' 신설

먹거리 외에 생계비 부담 완화 패키지도 공개됐다. 우선 금리 인상에 따른 학비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2학기 학자금 대출금리를 올해 1학기 수준(1.7%)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학자금 전환대출 프로그램도 7월부터 시행해 2010~2012년 고금리로 학자금을 빌린 약 9만 5000명에게 저금리 대출 전환 혜택을 줄 방침이다.

개별소비세 30% 인하 혜택은 올해 말까지 6개월 또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2018년 7월 이후 지금까지 6개월 단위로 개소세를 지속적으로 인하 연장하고 있어 이참에 개소세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중간 구간’이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던 통신 요금도 ‘중간 요금제’ 출시를 유도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예를 들면 5G 이용자들의 월평균 데이터양은 23~27GB 수준이지만 통신사 요금제는 10~12GB, 110~150GB 식으로 양분화 돼 있어 소비자들의 사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 선택이 어려웠다.

정부는 이 외에도 20조 원 규모의 서민안심전환대출을 마련해 연소득 7000만 원 이하 가구에 대해 최대 2억 5000만 원 대출까지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내려줄 방침이다. 또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마련된 자금을 바탕으로 저소득층 가구당 최대 100만 원의 긴급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저소득 가구에 대해 가구당 17만 2000원 규모의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해 냉·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앞으로도 서민 민생 안정을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체감도 높은 물가 안정 대책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