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지난해 결혼식을 올렸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신혼집 마련을 위해 부부 모두 개인 자격으로 주택청약 추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양가 부모님이 혼인신고를 재촉하지만 박 씨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
박 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청약에서 가점을 받아도 당첨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전략적으로 법적 부부가 되는 것을 미루고 있다”며 “전세자금대출을 받기에도 불리해지기에 저와 아내 모두 1인 가구로 청약을 신청해 당첨 가능성을 높여보려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미뤘던 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가 혼인신고를 미루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면서 보유세 등 세금 절감을 위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다.
30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집값 상승으로 청약 당첨이 사실상 내 집 마련의 유일한 방법으로 부상하면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신혼부부가 갈수록 늘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의 경우 청약에 당첨될 가능성이 낮은 게 사실”이라며 “최근 1인 가구 생애최초추첨제가 늘어난 만큼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추첨제에 남녀 모두 지원하는 것이 청약 당첨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부 모두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 혼인신고를 늦추는 가정도 있다. 혼인신고 이후 다주택자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고 있는 권 모(33) 씨는 “지난해 초 결혼식을 올렸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있다”며 “아내 명의로 된 집에 장인과 장모가 거주하고 있는데 결혼을 할 경우 2주택자가 되기 때문에 신고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자녀 계획이 없는 딩크(DINK)족은 결혼 제도 자체가 허례허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3년 전 결혼식을 올렸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 모(34) 씨는 “혼인신고를 놓고 득실을 따져봤지만 부부 사이에 아이가 없다면 굳이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혼인신고가 족쇄처럼 느껴진다는 데 서로 공감해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혼인 건수는 젊은 층의 인구 수 감소와 가치관 변화, 경제적 이유 등으로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혼인 건수는 2019년 23만 9000여 건에서 2020년 21만 4000여 건, 2021년 19만 3000여 건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완화 단계에 있던 올 2월도 지난해 동월 대비 2.2% 소폭 상승하는 수준에 그쳤다. 서울 시내 예식장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대다수의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결혼식을 먼저 진행한다”며 “특별한 현상이 아닐 만큼 사례가 보편화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