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젠슨 황







2020년 9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황의 법칙(Huang’s Law)’이 반도체 산업 성장을 설명할 새 이론으로 등장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WSJ는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2배 이상 향상된다’는 황의 법칙이 기술 진보를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고 전했다. 황의 법칙은 엔비디아(NVIDIA)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2002년 황창규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 주창했던 “메모리 반도체 용량이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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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으로 세계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70~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젠슨 황은 대만 이민자 출신 미국인으로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1993년 동료 2명과 함께 침대 2개만 놓인 아파트에서 4만 달러의 부채를 안고 회사를 차렸다. 젠슨 황은 ‘향후 버전(Next Version)’이라는 의미의 ‘NV’와 질투(envy)를 뜻하는 라틴어인 ‘INVIDIA’를 합쳐 회사명을 지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급격한 매출 감소로 존폐 위기를 맞았으나 연봉을 1달러로 낮추고 연구개발(R&D)에 주력해 경영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젠슨 황은 2020년 9월 영국의 반도체 설계 회사인 ARM을 400억 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독과점을 우려한 미국·유럽 등 규제 당국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 무산으로 12억 5000만 달러의 위약금까지 물어야 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30일 뒤 파산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경영한다”고 털어놓았다.

젠슨 황이 최근 정보기술(IT) 박람회인 ‘컴퓨텍스 2022’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자율주행차 사업에 진출하고 AI 연구에 승부를 걸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서둘러 미래 먹거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신성장 동력 발굴과 초격차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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