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감안하지 않은 ‘관리종목’ 지정은 문제가 있습니다. 향후 여행사들 중에 관리종목이 속출할 가능성이 있는데 규제의 적용은 상황에 따라 유연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관광 분야 업계·학계 릴레이 인터뷰에서 김진국(사진) 노랑풍선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의 정부의 막무가내식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올 3월 중견 여행사 노랑풍선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여행 수요가 급감한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29억 원에 그치면서 관리종목 지정 기준인 ‘매출 30억 원 미만’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노랑풍선의 2019년 매출은 928억 원이었는데 다른 여행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다. 또 영업이익이 3년 연속 마이너스인 경우에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2020~2021년 실적이 죽을 쒔던 대부분의 대형 여행사들이 올해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김 대표는 “정부가 방역 규제로 여행을 못 가게 하면서 여행사도 매출이 안 나왔다”며 “그런데 단순히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관리종목으로 덜컥 지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도 현실에 맞춰야 한다”며 “이는 여행사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과 기업에 관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노랑풍선의 (5월 현재) 올해 매출은 이미 30억 원을 넘었는데 그래도 (거래소 기준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해소는 내년 3월이 돼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우리 관광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 보다 합리적이고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것은 정보기술(IT) 인력 확보 지원이다.
그는 “관광산업도 점차 디지털화되고 있는데 아직 개별 여행사들은 규모가 작아 가장 중요한 IT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여행사의 IT 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을 늘려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관광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팬데믹 과정에서 관광 업계를 이탈한 인력들의 재흡수를 위해서도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최근 여행 붐이 다시 일고 있지만 인력 부족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여행 상품 총액 표시 의무화 제도’도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행 시장이 이미 국내외 기업 간에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해외 온라인여행플랫폼(OTA)만 여행 상품 총액 표시 의무화를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게임의 룰은 같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4년부터 특정 여행 상품에 대해 유류세·세금 등 모든 금액을 포함해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해외 OTA들은 이런 규정을 회피하고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이들의 상품 가격이 싸게 보이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노랑풍선의 사업 모델을 고도화하면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만 만들 수 있는 좋고 차별화된 상품을 제시하고, 소비자들이 쉽게 찾고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올 4월 온라인사업본부·IT본부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통해 회사 업그레이드 작업에 나섰다. 주목하는 작업은 ‘테마 여행’이다. 김 대표는 “기존 여행사들은 원가를 줄이기 위해 패키지 규모를 키웠고 이것이 팬데믹 과정에서 허물어졌다”며 “노랑풍선은 테마별 소그룹 패키지를 활성화하고 이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여행 업계 전문 경영인으로 앞서 하나투어 대표 등을 지낸 후 올 3월 노랑풍선 대표에 취임했다. 그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고 구매 결제할 수 있도록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이는 여행을 가도록 자극하는 동기부여도 돼 결국 관광 시장이 커지는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 사진=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