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김치의 글로벌 위상 높이려면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한국협상학회 회장)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권성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미국의 캘리포니아·버지니아주에 이어서 뉴욕주에서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했다. BTS를 포함한 한국의 가수들과 연예인, 영화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한국의 음식 문화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반가운 뉴스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김치의 수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홍콩·대만에서도 한국 김치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김치에 관한 긍정적인 뉴스가 나오지만 넋을 놓고 좋아만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김치의 종주국인 한국은 싼 중국 김치를 수입해 먹고 고품질의 한국 김치는 해외로 팔려 나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알몸 김치’ 사진이 보도된 2021년을 제외하면 김치의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더 많다. 금액이 아니라 수입량으로 따지면 차이는 훨씬 더 크다.



왜 그럴까. 한국의 식당에서는 김치를 포함한 반찬을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식당 주인들은 김치를 비용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온라인 마트에서 가격을 비교해 보면 중국 김치는 한국 김치 가격의 30~40%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고급 식당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한국 김치를 손님들에게 내놓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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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은 중국의 알몸 김치 파문에도 중국 김치 수입이 줄지 않는 사실을 들면서 한국의 국산 김치 확산 전략이 무산됐다고 조롱하고 있다. 중국은 ‘김치 공정’을 통해 한국의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부르며 중국으로 수출하는 한국 김치도 김치가 아니라 파오차이로 표기하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은 김치가 중국 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2020년 11월 중국 쓰촨 지방의 염장 채소인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가를 받은 후에 이러한 주장이 더욱 심해졌다.

그렇다면 무역 마찰도 없이 어떻게 안전하고 건강한 한국 김치의 소비를 늘릴 수 있을까. 중요한 식재료의 원산지를 표기하도록 의무화한 것처럼 김치를 제공하는 모든 식당이 김치 가격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자. 왜냐하면 고급 국산 김치를 제공한다고 우리 식당만 따로 돈을 받으면 야박하다는 평판이 생길까 두렵기 때문이다. ‘김치가격표시제’를 전격적으로 시행함으로써 김치는 공짜라는 인식과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김치 가격을 (0원, 중국산)이라고 할지, (500원 또는 1000원, 국내산)이라고 할지는 식당에서 선택할 문제다.

김치가격표시제를 시행하면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국산 김치의 입지가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 김치 업체만 어부지리를 얻지 않도록 김치를 생산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새로운 상생 협력의 모델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비용 절감을 위한 공짜 김치 프레임이 아니라 고품질의 한국 김치를 추구하는 프레임으로 바꾸자.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식당이 김치 가격을 표시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김치, 한국의 자존심을 공짜로 지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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