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돼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벤처 투자 업계에서 ‘K콘텐츠’ 기업에 대한 러브콜은 지속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전자상거래나 모바일 플랫폼과 달리 드라마·영화·음악 등의 콘텐츠는 작품만 좋다면 해외까지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벤처캐피털(VC)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벤처 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영화·웹툰 등 콘텐츠 제작사들이 VC들로부터 ‘귀한 몸’ 대접을 받으며 자금 조달에 여유로운 모습이다. 최근 콘텐츠 제작사 와이낫미디어는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진행해 1300억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성공적으로 투자를 이끌어냈다.
와이낫미디어는 ‘전지적 짝사랑 시점’ ‘일진에게 반했을 때’ 등을 제작한 쇼트폼(15분 안팎의 영상) 콘텐츠 전문 제작사다. 최근 오즈아레나·더그레이트쇼 등을 인수해 드라마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와이낫미디어는 이번 투자 유치로 500억 원 이상을 확보하게 됐다.
은둔의 투자 고수로 알려진 장덕수 회장의 DS자산운용이 와이낫미디어 투자를 주도했으며 신한캐피탈과 리딩투자증권·밸류시스템자산운용 등도 이번 시리즈 C 투자에 참여했다. 지난해 상반기 약 150억 원을 와이낫미디어에 투자한 에프앤에프파트너스·컴투스·키이스트 등의 전략적투자자(SI)를 비롯해 KB인베스트먼트·미래에셋벤처투자·다올인베스트먼트 등도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해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패션 대기업인 에프앤에프(F&F(383220)) 자회사 에프앤에프파트너스의 투자를 고리로 F&F 측과 와이낫미디어는 향후 긴밀한 사업 협력을 도모하기로 했다.
와이낫미디어뿐 아니라 웨스트월드·밤부네트워크·스토리작 등의 콘텐츠 제작사들도 지난달 잇따라 VC 투자금을 쏠쏠하게 챙겼다.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제작에 참여한 시각특수효과(VFX) 업체 웨스트월드는 IMM인베스트먼트에서 200억 원을 조달했고 쇼트폼 드라마를 제작하는 밤부네트워크도 교보증권·펜타스톤인베스트먼트·엘로힘파트너스에서 60억 원을 유치했다. 웹툰 콘텐츠 기업인 스토리작은 코너스톤제이엔엠1호펀드에서 120억 원을 확보했다.
최근 IPO 시장이 위축되고 금리가 오르면서 VC의 투자 분위기는 냉랭하지만 세계적으로 오징어 게임 같은 K콘텐츠가 주목받자 관련 벤처가 자금을 휩쓰는 것이다. 그간 사모펀드와 VC들의 투자 경쟁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몸값이 과도하게 오른 데 비해 콘텐츠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VC의 고위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 기업의 경우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경쟁력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제작 능력을 보유한 곳이 많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적극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