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연말 선보일 예정인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7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길이 5m를 넘겨 출시된다. 주요 수입차 브랜드의 준대형 모델은 물론 현대차(005380)그룹 내 동급 모델 중 처음으로 5m를 넘긴 기아(000270) K8보다 크다. 자동차 시장의 고급화·대형화 추세에 대응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신형 그랜저의 전장(길이)은 5035㎜로, 이전 모델(4990㎜) 대비 45㎜ 길어졌다. 차량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10㎜ 늘어난 2895㎜로 확대됐다. 전폭은 전작과 동일하게 1875㎜를 유지했고, 전고는 3㎜ 줄어 1467㎜가 됐다.
그랜저의 길이가 5m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준대형 세단 G80는 물론,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기아 K8보다도 20㎜ 늘려 경쟁 차종의 추격을 확실히 따돌린다는 의지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수입 준대형 세단 중에도 길이가 5m를 넘는 차량은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각각 4940㎜, 4965㎜로 그랜저의 이전 모델보다도 길이가 짧다. 또 전장 차이를 100㎜ 이내로 좁힌 하위 세그먼트인 쏘나타·K5 등과도 확실한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 위기 속 수익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급화·대형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전에도 완전변경을 거칠 때마다 차체 크기를 키우는 게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추세가 더 뚜렷해졌다. 반대로 수익성이 낮은 준중형·중형급 모델의 입지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최근 들어 K3, 쏘나타 등 상대적으로 작은 차종들에 대해 단종설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북미 시장에서도 쏘나타와 K5 등의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개발을 마친 7세대 그랜저는 오는 10월부터 선행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11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개시하고 연말께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