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반도체 생산의 핵심 소재인 네온 등 희귀 가스의 수출을 연말까지 제한한다. 글로벌 공급 비중이 높은 우크라이나산 희귀 가스 수출이 막힌 가운데 러시아마저 수출 규제에 나섬에 따라 가뜩이나 심각한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네온과 아르곤·헬륨 등 반도체 공정에 필수인 희귀 불활성가스를 ‘비우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조치는 이날부터 올해 말까지 적용된다.
이번 수출제한 품목 중 네온은 러시아가 세계 공급의 30%를 차지한다. 글로벌 물량의 70%가 나오는 우크라이나산 네온 생산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면 중단된 만큼 최악의 경우 네온 ‘공급 절벽’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네온 제조 업체인 인가스는 초토화된 마리우폴에 공장이 있으며 최대 물동항 오데사에 공장을 둔 또 다른 제조사 크라이오인과 아이스블릭은 러시아군이 수출 통로를 차단한 상태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로 당장 반도체 생산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공정용 네온의 90%를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는 미국은 자국 생산을 늘리고 대체 공급망을 찾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 내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전쟁이 시작되면 미국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경우 수입 네온가스 중 러시아산 비중이 5% 정도라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 부족으로 인한 네온 수입가 상승이 문제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네온가스 평균 수입 가격은 ㎏당 1300달러로 전월보다 4.5배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