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곡물 가격 인상에 따라 돼지고기와 닭고기 값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우 가격이 나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가정 내 육류 소비가 늘자 한우 농가들이 사육 두수를 늘린 게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한우의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일상 회복으로 육류 소비가 줄어들 경우 한우 값 폭락 사태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육류 유통 플랫폼 정육각은 지난달 20일부터 한우 사태·양지·차돌박이 가격을 10% 안팎으로 인하했다. 한우 차돌박이 구이용(1++등급)은 100g 기준 1만 2000원에서 1만 1000원으로 8% 정도 내렸다. 한우 양지 국거리용(1+등급) 가격은 9000원에서 8200원으로 싸졌다. 반면 초신선 돼지 삼겹살 구이용은 3450원에서 3900원으로 올렸다. 정육각 관계자는 "세계적인 사료 가격 상승과 전반적인 수요 증가로 원재료 공급가가 불안정해 일부 상품 가격을 조정했다"며 "한우의 경우 도매가가 내려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도 연휴를 맞아 오는 8일까지 대대적인 한우 할인 행사에 돌입한다.
실제 한우 가격은 최근 들어 하락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한우 지육(1㎏)의 평균 도매가격은 1만 8496원으로 전년 동월(1만 9591원)대비 6% 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1kg) 도매 가격이 5372원에서 7242원으로 35% 가량 뛴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한우 사육 두수 증가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우 사육 두수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12월 기준 355만 마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도축 두수는 2024년 1018만 마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됐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2013년에는 96만 마리가 도축됐는데, 당시 한우 가격은 공급 확대 영향에 약세를 보였다"며 "중장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자율적인 수급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상 회복으로 가정 내 육류 소비가 줄어드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더해 시장에서는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도매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서 수요 마저 감소하면 한우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계속 오르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소비자들이 한우 소비를 더욱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