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표 아닌 상무가 노조 회유·압박…대법 “경영진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대상”

위원장에게 임금 대가로 ‘노조활동 중단’ 등 제안

지방노동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 안 돼

대법 ‘사용자’ 범위에 경영담당자 등 확대 해석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사업주가 아닌 경영진이 노조를 회유·압박했을 경우라도 노동조합법에 따라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해 구제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영남택시노동조합 위원장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재심판정 전부 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한국노총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영남택시분회위원장 출신인 A씨는 2015년 2월 영남택시노조를 설립하고 한달 만에 전국택시산업노조로부터 제명 조치됐다. 같은 기간 전국택시산업노조 부산지역본부 부본부장인 B씨도 노조를 탈퇴하고 전국택시산별노조를 설립해 영남택시노조에 가입했다.



문제는 해당 사업장에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개시면서부터 시작됐다. A씨가 소속된 택시 회사에는 기존 노조와 A씨가 설립한 노조까지 2개 노조가 운영되고 있었고, 기존 노조가 입금협상 등에서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는 상태였다.



상무이사인 C씨는 A씨에게 “새로운 노조 결성까지는 용인하겠으나 B씨를 개입시키지 말고, 회사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또 노조 활동을 하지 않고 택시 운전에만 전념하면 새 택시를 제공하는 등 그에 따른 대우를 해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퇴직을 하면 노조 전임자 급여 미지급분 및 노조 전임자를 그만두면서 발생한 퇴직금 손실 등을 보전해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해당 내용의 벽보를 사업장에 3개월 동안 게시하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하지만 지방노동위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각하하고, 참가인에 대한 구제신청도 기각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C씨의 발언을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C씨가 사업주가 아니어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 자격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 재판부는 엇갈린 판단을 내놨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한 반면, 2심은 사업주의 아들인 C씨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 자격이 있고, C씨가 A씨에게 한 발언 역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재심판정 전부를 취소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이 C씨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 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데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구제명령의 상대방인 사용자에는 노동조합법 제2조 2호에서 정한 사업주 외에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 모두가 포함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 의무자로서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않고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확대한 이유는 노동 현장에서 노동조합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다”며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피신청인 자격의 유무를 판단할 때도 이같은 정책적 배려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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