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연초 기대와는 달리 코스피지수보다 못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D램의 수요가 반등하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율 개선도 상반기 말께는 개선된다는 전망에 근거해 주가도 회복할 것으로 본 반도체 애널리스트가 대다수였지만 결과적으로 틀린 셈이 됐다. 고환율·전쟁이나 중국의 코로나 봉쇄와 같은 예상하지 못했던 거시경제 변수들이 주가의 덜미를 잡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대부분의 악재가 주가에 반영된 만큼 하반기 반도체 투톱의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반등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8만 원 중후반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SK하이닉스의 경우 삼성전자보다는 상승률이 크겠지만 올해 고점인 13만원 중반 선을 넘기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일 6만 6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올 들어 -14.6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0만 7000원에 장을 마친 SK하이닉스도 연초 이후18.32%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0.31% 하락한 것에 비해 하락 폭이 더 크다. 증권가는 올해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기반으로 주가가 고공 행진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증권가는 여러 악재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D램 가격 반등 시기 지연, 파운드리 수율 저하, 글로벌 반도체 수요 부진 등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약세장에서는 조금만 안 좋은 소식이 들려도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데 중국 봉쇄, 수요 부진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가에 우려가 과도하게 선반영돼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우려가 조금씩 옅어지면서 주가도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D램 가격의 정상화 조짐이 보인다. 5월 말 발표된 D램의 고정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76% 하락했다. 업계에서 예상했던 3~8%의 하락률보다는 ‘선방'했다.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차세대 반도체 DDR5가 D램 가격 상승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DDR5는 현재 주력 제품인 DDR4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2배 빠르면서 전력 효율은 크게 개선한 고부가 반도체 제품이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DDR5 출시로 가격 정상화 조짐이 나타나면 추후 D램으로 인한 반도체 업황 우려는 불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체됐던 파운드리 수율 문제도 적어도 연내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001500) 리서치센터장 또한 “파운드리 수율 문제는 4분기부터 완전히 정상화되면서 그간의 과도한 우려를 해소해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인한 공급 과잉 우려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008560) 연구원은 “정보기술(IT) 제품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잘 팔릴 뿐 아니라 기저 효과로 인해 하반기 수요 회복이 긍정적일 듯하다”며 “공급 업체들이 생산량을 조정하고 내년으로 재고를 이연시키는 등 조치를 취하면서 3분기 후반부터 수급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가 반등 폭이 제한되면서 종전 고가 수준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5월 말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가 애널리스트 11명 중 9명이 8만 2000~8만 70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10만 원 이상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SK하이닉스 또한 단 한 곳의 증권사만 16만 원 이상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환율 안정과 함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센터장은 “대형주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환율이 안정돼 외국인이 돌아와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하반기 삼성전자가 구조적인 투자 증대 사이클이 도래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그간 주장해 온 주주환원의 후퇴를 의미한다”며 “하반기 삼성전자의 경영구조 변화가 예상되는데, 주가 부양이 투자자 및 새로운 경영 체계에 모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