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구직 활동을 하는 청년 70% 이상이 지방 근무를 기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고가 없는 데다가 생활여건도 열악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대부분은 수도권 취업 때보다 연봉을 더 줘야만 지방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에 거주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3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근무에 대한 청년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2%는 ‘지방 근무를 기피하느냐’는 물음에 ‘다소 그렇다’고 답했다. 또 23.6%는 ‘매우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전체의 72.8%가 지방 근무에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다. ‘별로 상관없다’ ‘전혀 상관없다’라는 응답자는 각각 22.6%, 4.6%에 그쳤다.
비수도권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하는지 여부를 묻자 34.5%가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가급적 지원하지 않는다’는 반응은 31.6%였다. 공기업 등에만 제한적으로 지원한다는 응답도 19.6%였다. ‘지역에 상관없이 지원한다’는 응답은 14.3%에 불과했다.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로는 ‘가족·친구 등 네트워크가 없어서(60.7%)’라는 응답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생활·문화 인프라가 열악해서(59.8%)’ ‘주거·생활비가 부담돼서(48.9%)’ ‘원하는 직장이 없어서(14.2%)’ ‘성장기회가 부족해서(6.8%’, ‘결혼·자녀교육이 어려워서(5.0%)’ 등이 뒤를 이었다.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을 묻는 질문에서 수도권 청년들은 ‘연봉(36.5%)’과 ‘근무지역(28.9%)’을 각각 1위와 2위로 꼽았다. ‘워라밸(21.3%)’ ‘개인 경력 개발(9.3%)’ ‘회사의 성장 가능성(2.7%)’ 등은 선택 비율이 낮았다. 비슷한 수준의 두 회사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각각 있을 경우 어디로 입사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수도권 회사를 택한 비율이 98.3%에 달했다.
‘연봉이 얼마나 높으면 지방 근무를 선택하겠느냐’고 물음에는 ‘1000만 원’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6.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2000만 원’과 ‘500만 원’이 각각 18.6%를 기록했다. ‘300만 원’과 ‘1500만 원’이라는 답은 각각 9.8%, 8.8%였다. 지방 근무엔 연봉 1000만 원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사람만 63.9%에 이르렀다. 연봉을 아무리 더 줘도 아예 지방에서 근무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6.1%였다.
서울에서 어느 정도 먼 지역에서까지 근무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64.1%가 ‘수원·용인’이라고 답했다. ‘평택·충주’, ‘세종·대전’은 각각 31.9%, 25.9%에 그쳤다. ‘대구·전주’는 14.9%에 불과했고 거리에 상관없다는 응답은 11%로 낮았다.
지방 근무는 대기업이라도 기피 대상이었다. ‘지방 4대 그룹 소속 기업(26.6%)’ 보다 ‘수도권 일반 대기업(73.4%)’에 입사하겠다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수도권 중견기업(50.2%)’은 ‘지방 일반 대기업(49.8%)', ‘수도권 소재 중소기업(52.8%)’은 ‘지방 소재 중견기업(47.2%)’과 선호도가 비슷했다.
청년들은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새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지역 생활여건 개선(38.5%)’을 꼽았다. 다음으로 ‘주요 기업 지방 이전 촉진(21.6%)’ ‘지역 거점도시 육성(16.9%)’ ‘공공기관 이전 확대(9.3%)’ ‘지역 특화산업 육성(7.3%)’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청년 인구는 약 9만 1000명으로 2010년에 비해 1.7배 이상 증가했다. 비수도권 인구 중 청년 비중 역시 2010년 19.7%에서 2015년 18.8%, 2020년 17.6%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실장은 “지역 불균형 해소의 핵심은 결국 미래 세대인 청년과 지역경제를 이끌어갈 기업이 스스로 찾아와 정착하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이라며 “청년 눈높이에 맞게 지역 생활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기업에 친화적인 제도와 기반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