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재개발·재건축 조합 투표 시 ‘대리인’도 소유자로 인정

구 도시정비법상 소유자 ‘직접 출석’ 요건 해석

“조합원 의사 명확히 반영하는 게 입법 취지”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구 도시정비법을 적용받던 재개발, 재건축 조합 설립 시 토지 소유자가 아닌 자녀 등 대리인을 출석시켰더라도 소유자의 의사로 간주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개정 전 도시정비법상 ‘직접 출석’의 모호함을 명확히 해석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천안시와 B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설립인가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천안시는 2009년 5월 동남구의 B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 구성을 승인했고, 2015년 7월 사업구역 내 토지 소유자 529명 중 400명(75.6%), 전체 토지면적 8만5490.2㎡ 중 6만2623.6㎡(73.2%)의 소유자가 조합 설립에 동의해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승인했다. 구 도시정비법 제16조에 따라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조합설립을 승인할 수 있다.



해당 구역에 토지를 소유한 A씨는 2017년 11월 조합원들이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효력이 없고, 국유지 등을 소유자로 간주해 오류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5항은 총회에서 의결을 하는 경우 조합원의 100분의 20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쟁점은 도시정비법상 ‘직접 출석’ 요건을 어떻게 해석할 지였다. 해당 조항은 2017년 2월 전면 개정을 통해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로 구체화됐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 일로부터 4년 이상 경과한 상황으로 당시에도 현재와 같은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등을 들어 A씨의 청구를 기각한 반면, 2심 재판부는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무효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구 도시정비법상 ‘직접 출석’ 요건은 토지 등 소유자 본인이 총회 현장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고 대리인 출석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B조합은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구 도시정비법상 ‘직접 출석’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단을 다시 한번 뒤집었다. 대법원은 “구 도시정비법상 ‘직접 출석’을 요구하는 취지는 일반적으로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출석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둠에 따라 극소수 조합원의 출석 만으로도 총회가 열릴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조합원 의사가 명확하게 반영되도록 하려는 데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어 “이러한 입법 취지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출석해야만 관철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의결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리인이 출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구현될 수 있다”며 “토지 소유자가 질병이나 부상, 출장, 해외 거주 등의 사유로 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경우에 대리인을 통해 총회에 출석해 안건에 대한 의사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위 단서 조항의 취지와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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